※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2를 보고 엄청난 감동을 받았던 것이 2004년 일이다. 목숨을 걸고 전철을 멈추는 장면이 가장 유명했지만, 강력한 빌런이면서도 결코 미워할 수 없었던 닥터 오토 옥타비우스, 일명 닥터 옥토퍼스의 인상적인 모습과 장렬한 희생이야 말로 머릿속에 깊이 남았었다. 이후 많은 스파이더맨 영화가 등장했지만, 개인적으로 닥터 옥토퍼스를 넘어서는 인상을 남긴 빌런은 없었다.
그리고, 그 닥터 옥토퍼스가 17년의 세월을 건너 MCU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예고편 영상에서 그가 기계팔과 함께 “헬로 피터~”라며 등장할 때 소리를 지를 뻔 했다. 20여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때 그 모습 그대로(물론 후보정이 많이 들어갔다고 한다) 돌아온 옥타비우스 박사를 보고 있자니, 관객으로서의 나 자신도 2004년 그 때로 돌아간 느낌이다. 오늘은 닥터 옥토퍼스 복귀 기념, 게임 속 옥타비우스 박사들을 한 데 모아 봤다.
TOP 5. 스파이더맨(2000), 나름 최선을 다한 결과물
샘 레이미 감독의 손에서 실사판 영화가 탄생하기 전에도 스파이더맨 게임은 다수 나왔다. 실사 영화가 아니라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인데, 그 중에서도 2000년에 PS1로 출시된 3D 액션 어드벤처 ‘스파이더맨’은 닥터 옥토퍼스를 최종 보스격으로 두고 있다. 가짜 스파이더맨에게 속고, 심비오트에게 이용당하는 역할이라 조금 불쌍해 보이는데다 진정한 최종 보스도 아니기에 포스가 약간 부족하긴 하지만 말이다.
이 게임의 닥터 옥토퍼스는 그를 상징하는 네 개의 로봇팔을 달고 있는데, 외모는 다소 낯설다. 코믹스 판과 비슷한 초록빛 옷과 커다란 고글, 옥동자 머리를 기반으로 하고는 있는데, 당시 콘솔의 한계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얼굴이 검어 보이고, 헤어스타일도 옥동자 머리라기 보다는 그냥 둥근 머리에 색만 칠해놓은 수준이라 왠지 모를 재해석의 향기가 풍긴다. 심비오트에게 조종당하고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가 아는 영화판 교수님과는 살짝 다른 모습이다.
TOP 4. 스파이더맨 2 공식 비디오 게임, 교수님 드디어 납셨다
샘 레이미 트릴로지 2편이 개봉한 2004년,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공식 비디오게임도 제작됐다. 오픈월드 형태로 개발된 스파이더맨 게임이라는 점에서 꽤나 기념비적인 작품이며, 최근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개발하고 있는 트레이아크의 액티비전 인수 초기 작품이기도 하다. 참고로 트레이아크는 샘 레이미판 스파이더맨 게임 세 편을 모두 제작했고, 트릴로지 종료 후에도 마블 코믹스 기반 ‘스파이더맨: 웹 오브 섀도우’를 개발하는 등 여러 모로 스파이더맨과 연관이 깊은 개발사다.
이 게임엔 영화에 등장하지 않은 빌런도 몇 명 나오긴 하지만 역시 최종 보스는 닥터 옥토퍼스다. 코믹스가 아닌 영화 기반이니만큼, 닥터 옥토퍼스의 비주얼이나 설정은 철저히 스크린의 그것을 따른다. MJ를 납치하고 역사적인 열차 액션까지 벌이기 때문에 실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담당 배우 알프레드 몰리나의 목소리 연기 역시 게임에 실감을 더해 준다.
TOP 3. 스파이더맨: 프렌드 오어 포, 분량은 줄었지만 부활!
비록 닥터 옥토퍼스는 샘 레이미판 영화 2편에만 등장한 후 퇴장했지만, 알프레드 몰리나의 열연과 포스는 게임계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스파이더맨 3가 개봉한 2007년엔 소니와 샘 레이미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고, 당시만 해도 한 번 죽은 빌런을 멀티버스의 힘을 빌려 재등장시키는 것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었기에 더더욱 닥터 옥토퍼스의 재등장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게임계에선 영화판 이미지를 차용한 새로운 세계관의 닥터 옥토퍼스를 등장시키기 시작했다. 대표작이 바로 2007년작 ‘스파이더맨: 프렌드 오어 포’인데, 시작부터 영화판 그린 고블린과 샌드맨, 베놈 등을 필두로 닥터 옥토퍼스가 재등장한다. 여기에 어벤저스로 친숙한 쉴드와 닉 퓨리도 나와 상당히 산발적인 스토리를 전개하는데… 비록 닥터 옥토퍼스 입장에선 비중이 줄어들긴 했지만 새 생명과 새로운 재해석을 얻었으니 만족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TOP 2. 마블 스파이더맨, 선역인 줄 얼았는데…
PS4 독점으로 나온 마블 스파이더맨은 전세대 콘솔의 성능을 한껏 끌어냄과 동시에 게임성 측면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게임 내 등장 캐릭터 하나하나가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잘 묘사됐는데, 닥터 옥토퍼스 역시 그 중 하나다. 피터 파커의 든든한 조력자로 등장해 최종 보스로 흑화하는 모습에서는 샘 레이미판 영화보다도 더욱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
다만 마블 스파이더맨의 옥타비우스 박사가 핵융합 실험을 하다가 기계 촉수의 조종을 받아 일시적 악인이 된 사례라라면, 마블 스파이더맨의 경우 자신의 선택에 따라 스스로 빌런이 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온화하던 그가 점점 타락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안타까움마저 느껴지지만, 마지막까지 빌런으로서의 인격을 버리지 못하는 장면에서는 영화와 같은 찝찝함이나 안타까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비주얼 측면에서는 그간 나온 닥터 옥토퍼스 중 가장 현실적이었지만, 노 웨이 홈에서 원조가 재등장해주심에 따라 다소 빛이 바랜 면이 있긴 하다.
TOP 1. 스파이더맨: 섀터드 디멘션즈, 여성 옥토퍼스라니 엉엉!
2010년작 스파이더맨: 섀터드 디멘션즈에는 꽤나 독특한 닥터 옥토퍼스가 등장한다. 이 게임은 일반적인 현대 기반 마블코믹스 세계관과 2099년 평행세계라는 두 가지 세계를 오가며 진행되는데, 현대 세계에는 코믹스와 영화판을 적절히 섞은 듯한 평범한 남성 닥터 옥토퍼스가 등장하지만 2099년 버전에서는 세레나 파텔이라는 이름의 여성 닥터 옥토퍼스가 나온다.
그녀는 원조 닥터 옥토퍼스인 오토 옥타비우스에게 깊은 영감을 받아, 그를 본뜬 전투 갑옷을 디자인해 스스토 닥터 옥토퍼스로 거듭났다. 이러한 변신은 이제껏 줄곧 중년 이상의 남성이었던 닥터 옥토퍼스 세계에 꽤나 파격적인 바람이었다. 비록 그녀의 포스와 행적이 아주 인상적이진 않았기에 타 게임으로 발전해 나아가진 못했지만, 희귀성 면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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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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