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서 온라인게임에서 욕설한 사람을 고소할 수 있는지에 관한 상담 문의를 참 많이 받고 있습니다. 만약 성적인 욕설이라면 경우에 따라 통신매체이용음란 내지 음란물유포죄로 수사를 받거나 실제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은 제가 이전에 기고한 글로 상세히 설명해드린 바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성적인 요소가 없는 단순 욕설도 처벌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성적인 요소가 없는 단순 욕설을 게임 내에서 한 경우, 기본적으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내지 형법상 모욕죄 적용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문제되는 표현이 증거에 의해 입증 가능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다면 명예훼손죄 적용 범위로, 그렇지 않은 의견 표명은 모욕죄 적용 범위로 나눠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 내 욕설은 대부분 명예훼손보다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게임 내에서 상대방 게임 실력을 비하할 목적으로 'XX충'과 같은 표현을 썼다면 이는 모욕죄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명예훼손이든 모욕이든, 이러한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특정성'이 필요합니다. 피해자 특정성이란 쉽게 말하면 명예훼손 또는 모욕적 발언의 피해자가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이는 명예훼손 및 모욕죄가 인터넷 아이디나 게임 캐릭터의 명예가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판례는 명예훼손 또는 모욕을 당한 피해자의 인터넷 아이디(ID)만을 알 수 있을 뿐, 그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 어렵고, 달리 이를 알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는 경우라면 명예훼손 내지 모욕이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2007헌마461 전원합의체 결정 등) 이 법리에 따르면 게임 내에서 이루어진 대부분의 욕설은 피해자가 현실에서 특정되지 않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게임 내 아이디 외에 다른 정보를 통해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는 경우라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을 친구와 듀오로 하고 있었다거나 MMORPG에서 길드원끼리 서로의 신상을 아는 상황에서 욕설을 들은 경우, '피해자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 하급심 법원은 각 사건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피해자 특정성을 부정하여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전지방법원에서 2020년 11월 24일 선고된 2020고정605 판결인데요, 피해자는 피고인이 온라인게임에서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일반채팅방 대회에 본인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피고인이 이러한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자가 현실에서 어떤 사람인지 지목할 수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게임 캐릭터에 대한 평가는 저하됐더라도 피고인이 실제 인물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본인의 인적 사항을 알고 있는 또 다른 유저 'J'가 피고인이 채팅방에 쓴 문제의 글을 봤다고 진술했으나, 법원에서는 게임 내에서 'J'가 피고인을 차단하여 해당 글 내용을 볼 수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대로, 게임 내 욕설에 대해 피해자 특정성을 인정하여 피고인의 모욕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사례도 있습니다. 인천지방법원이 2015년 3월 20일에 선고한 2014고정3756 판결인데요, 넥슨이 서비스하던 큐플레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용하는 아이디인 A를 지칭하며 모욕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아이디만으로는 상대를 특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나, 주위 사정을 종합했을 때 현실에서 피해자가 어떤 사람인지 특정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우선 피해자는 2013년부터 A라는 아이디를 사용해 게임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욕설한 당시, 해당 욕설을 볼 수 있는 채팅방 또는 대기실에는 1년 전부터 피해자와 친분을 유지하며 서로의 아름, 나이, 학교 등을 알고 있는 다른 유저들이 있었습니다.
이어서 피고인은 A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면서도 아이디 가입자 정보 등을 통해 '여성'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여기에 인터넷 아이디를 알면 사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이 그 인터넷 사이트에 등록되어 사용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을 종합해 법원은 A라는 아이디를 쓰는 피해자가 특정됐고,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하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위 두 사례를 구체적으로 비교하면, ① 욕설을 함께 들은 다른 이용자들이 피해자의 게임 캐릭터를 통해 실제 현실에서도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는지(객관적 요건으로서 피해자 특정성) ② 피고인에게 게임 캐릭터를 명예훼손/모욕할 의사를 넘어 실제 인물인 피해자를 명예훼손/모욕할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고의), 이 두 가지 기준에 따라 유무죄 판단이 갈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게임 내에서 심각한 욕설을 당하여 상대방을 고소하고자 한다면, 문제의 욕설을 본 다른 이용자가 욕설의 대상이 실제 인물인 피해자라는 점을 알 수 있었고, 피고소인 역시 이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수사기관에 적극 소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고소를 당한 입장이라면 위와 반대되는 사정을 통해 혐의가 없다는 점을 소명해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모든 명예훼손 내지 모욕 사건에서 제가 공통으로 드리고 있는 조언이지만,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 모욕죄는 친고죄로서 위 두 죄 모두가 수사단계에서 피해자와 합의된다면 피고소인 입장에서 전과기록이 전혀 남지 않고 수사가 조기에 종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만일 상대 유저에게 도를 넘는 욕설을 했다면, 굳이 혐의를 치열하게 다투기보다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적정한 금액에 합의하여 마음 편히 사건을 종결하는 편이 어쩌면 더 나을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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