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장수 마음대로'라는 말이 있습니다. 엿장수가 엿을 마음대로 늘이듯 무슨 일을 자기 마음대로 이랬다저랬다 하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것이죠. 긍정적인 말은 아닙니다. 정해진 규칙 없이 주체의 뜻대로 이리저리 기분에 따라 일을 할 때, 이를 비판하기 위한 비유로 흔히 쓰입니다. 그런 와중, 게임물관리위원회라는 엿장수에게 자를 제시하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역대 최대 청구인이 모인 이번 헌법소원은 게임위의 단속 사유인 ‘법률상 기준’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핵심 주장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성인게임을 무조건 허용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심의 거부 기준을 위원들의 주관에 의해 고무줄처럼 적용하지 말고, 메이저 웹툰·웹소설 플랫폼에서 연재되는 성인용 작품이나,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 호평 받은 여타 영상작품들과 마찬가지 기준으로 평가해달라는 것입니다. 김성회 대표인이 게임위에 의해 등급거부를 받아 출시가 금지된 ‘뉴단간론파 V3’와 국위선양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 ‘오징어 게임’을 비교한 것이 그 예시입니다.
이 주장은 “게임위의 폐쇄를 원한다” 등의 강경한 주장과는 궤가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바다이야기라는 거대한 파도로 인해 남은 상처가 완전히 해소되지도 않았고, 이후로도 유사한 문제가 이어졌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이철우 법률대리인 또한 게임위는 사행성 전문 및 사후관리기관으로 남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작품 내 서사를 선보이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예술창작에서의 자유를 보장받는 것이 목적이지, 음란물과 유사하거나 사행성을 띠고 있는 게임까지 용인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1일 접수된 이번 헌법소원에 대해 많은 게이머들은 동의의 목소리를 보냈습니다. 게임메카 ID 몽부 님의 “영화/드라마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라. 게임 심의대로 라면 국내 드라마들 대부분 방송불가일거다”라는 말대로 부정확한 기준으로 인해 유독 게임에서만 많은 차별이 이어졌기 때문이입니다. 물론 헌법소원이 인용될 경우 김성회 대표인의 말처럼 야간통금 이후의 부작용이 다수 발생할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 엿장수 마음대로 법을 휘두르는 현재의 상황이 합리화될 수는 없습니다. 게임위가 이번 헌법소원이 가진 의의에 집중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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