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강호 온라인'이 2월 6일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온라인게임에서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것이 새삼스럽겠느냐만 이번 업데이트는 좀 특별하다. 원작 만화 ‘열혈강호’의 주인공인 한비광 캐릭터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8년 만에….
1994년 연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무려 19년 동안 쉼 없이 연재 중인 ‘열혈강호’는 주인공 한비광을 중심으로 무림의 대소사를 그린 코믹 액션 무협만화다. 도주가 특기이고, 특유의 엉큼함과 일단 저지르고 보는 대책 없는 다혈질의 성격인 탓에 주인공이라기에는 한심한 캐릭터 한비광이 점차 성장해가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반감보다는 오묘한 매력으로 다가왔고 그렇게 오래도록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열혈강호 온라인'은 이러한 원작을 바탕으로 2004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에는 없다시피 했던 코믹 무협 장르로 아기자기함과 익살스러운 캐릭터들은 원작 팬들뿐만 아니라 게이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게 했다.
▲ '열혈강호 온라인'의 원작 만화 '열혈강호' 표지
그러나 8년이란 시간 동안 원작 만화의 주인공인 한비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열혈강호'는 한비광이었고 한비광과 관련된 모든 요소(그의 무기인 화룡도라던가 무공 초식 등)가 열혈강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탓에 ‘열혈강호 온라인’이 출시될 당시 많은 팬들이 주인공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열혈강호 온라인’은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흔들림 없이 서비스를 해왔다.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그리고 이제야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서 ‘열혈강호 온라인’ 개발 총괄을 맡는 강영순 실장을 만났다.
‘열혈강호 온라인’ 장수의 비결은 ‘아줌마들’?
“장르적 특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우리 게임이 아줌마 유저가 많은데요. 아마 그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웃음)”
엠게임 본사에서 만난 강 실장에게 장수의 비결부터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장르적 특성과 아줌마 유저가 많다니? 둘 사이와 무슨 관계가 있길래 싶어 재차 물었다. 강 실장의 말뜻은 이랬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원작의 특성을 그대로 옮겨와 서비스 초기에 보기 드문 아기자기한 게임성과 손쉬운 플레이 방식으로 여성 유저들이 꽤 몰렸다.
| 당시 20대 초중반이었던 여성 유저들이 8년이란 시간 동안 꾸준히 ‘열혈강호 온라인’을 찾으며 그 사이에 결혼하고 아이도 갖는 등 가정을 꾸리며 아줌마가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아줌마들의 수다로 이어지는 커뮤니티가 형성되었고, 그 무리에는 비슷한 또래의 아줌마들뿐만 아니라 10대의 청소년들과 아저씨들이 게임 속에서 끈끈한 유대관계를 이어가며 ‘열혈강호 온라인’의 버팀목이 됐던 것이다. 사실 단골손님이 된 아줌마 유저들은 그리 많지 않다. 주로 활동하는 문파가 현재 20개 남짓, 한 문파 당 최고 50여 명 정도인데 그 중심에 아줌마 유저들이 속해있다. 비록 적은 수지만 수다 떨기(?) 좋아하는 아줌마들이다 보니 여기저기 유저들을 한데 모아 함께 이야기하고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 강 실장의 말이다. ◀ 열혈강호 온라인 개발 총괄 강영순 실장 |
“한번은 이런 경우도 봤어요, 요즘 청소년들 게임에서 욕설을 많이 하잖아요? 우리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도 예외는 아닌데 이 아줌마들이 교화(?)를 시키더라고요. 타이르고 달래면서 서로 대화를 통해 올바른 게임 플레이가 정착되는 모습을 보니 좋더라고요(웃음)”
게임 속 녹색 아줌마 탄생의 순간이라고 할까. 강 실장이 밝힌 ‘열혈강호 온라인’의 장수 비결은 바로 게임성에 기반을 둔 ‘아줌마’들의 힘이 컸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 이번 한비광 업데이트는 어떻게 진행된 것일까? 혹시 아줌마들이 간곡히 요청해서?
'열혈강호' 주인공 한비광 캐릭터, 이렇게 시작됐다
“사실 이번 업데이트는 작년 중반부터 준비해온 결과물이에요. 열혈강호 온라인의 유저들이 만화책을 통해 들어온 경우가 50% 정도인데, 이들이 많은 요구를 해왔죠”
원작 팬들의 요청에 따라 준비해 온 한비광 캐릭터는 개발팀 내부에서도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단다. 온라인게임 특성상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닌 여럿이 함께 플레이해야 하는 만큼 원작의 주인공을 그대로 구현하기가 모호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발 초기에는 원작의 느낌이 덜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특히 밸런스 부분에서 고심을 많이 했다고 강 실장은 당시 상황을 토로했다.
▲ 무려 서비스 8년만에 등장한 원작 주인공 한비광 캐릭터
“한비광 캐릭터 추가까지는 좋았는데,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고민이었어요. 원작을 보면 사실 매우 강력한 캐릭터잖아요? 그래서 이 캐릭터의 존재감을 어떤 위치로 가져가야 하냐에 고심이 뒤따랐죠”
결국 개발팀은 캐릭터의 특징을 부각하는데 중점을 뒀다. 과한 능력치로 기존 캐릭터와 확연하게 차이 나는 강력함을 선보이기보다는 캐릭터의 특기인 도주(경공)이라던가 무공 효과 등에 초점을 맞춰 개발을 진행했다. 어느 정도 완성된 한비광은 테스트 서버에 먼저 선보였는데 유저들의 반응과 결과에 대해 강 실장은 흡족해했다.
“테스트 서버에 한비광 캐릭터를 내놓자 한동안 본 서버가 조용할 정도로 유저들이 한비광을 보려고 몰렸을 정도였어요(웃음). 주인공의 특징이 그대로 반영되다 보니 직접 플레이해본 유저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강 실장은 이번 업데이트가 단순히 한비광만 내놓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지역도 대거 등장하는 만큼 원작 만화의 느낌을 흠씬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작에서 자섬풍의 부하들과 싸우다 죽는 차세대 고수 차준호가 속한 신무문과 등장인물들의 갈등이 절정을 이루는 유선제독부, 담화린과 그녀의 사형이 습격을 받는 숲 등 다양한 맵이 그것이다.
▲ 이번 업데이트로 추가되는 새로운 지역 '신무문'(위)과 '유선제독부'(아래)
강 실장은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신규 유저의 유입도 기대하고 있지만, 휴면 유저의 복귀를 내심 더 바라는 눈치다. 8년 동안 축적된 시스템과 데이터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다소 복잡해진 요소들을 이번 업데이트로 시작해 간소화시키고 이용하기에 편리하도록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복귀하는 휴면 유저들과 신규 유저들이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곧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열혈강호 온라인’의 경우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얻고 있기에 이번 업데이트에 대한 해외 반응도 살짝 물어봤다.
“아무래도 국내 원작 만화가 해외에는 많이 나가지 못하다 보니 한비광이라는 캐릭터 선호도가 국내보다는 낮더라고요. 그래도 새로운 캐릭터와 콘텐츠가 추가된다고 하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강 실장은 앞으로의 계획도 언급했다. 올 하반기 한 차례 더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한비광 이후의 캐릭터 추가에 대해서도 살짝 귀띔했다.
▲ 이번 한비광 캐릭터는 여성으로도 둔갑(?)하여 남녀 성별 모두 선택할 수 있다고…
“한비광 이후의 캐릭터 역시 유저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에요, 현재 강력한 후보로는 북해빙궁주 단우헌과 천하오절 중 약선이 있어요. 물론, 담화린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히죠(웃음)”
이번 업데이트 과정은 개발팀 전원이 즐거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준비했다는 강 실장은 함께 고생해 온 개발자들에게도 한마디 남겼다.
“유저들의 의견을 듣고 팀 내에 한마디 던진 것이 발단이 되었는데요, 내부에서 흔쾌히 받아들이고 의욕적으로 일을 해줘서 정말 고마운 마음입니다.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함께 보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최근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안타깝다며 놀이는 놀이로 봐주길 희망한 강 실장은 원작 만화의 전극진, 양재현 작가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며 업데이트 준비를 위해 개발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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