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3일 업데이트 되는 '마법사의 요새'
최근 온라인게임의 업데이트 추세는 만렙 위주의 콘텐츠 제공으로 대변되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신규 유저와 복귀 유저를 위한 콘텐츠 제공으로 변화되고 있다.
쉽게 말해 이탈하는 유저를 붙잡기 위한 업데이트가 아닌 되려 유저 유입을 목적으로 하는 업데이트다. 이러한 업데이트는 신규 유저의 빠른 성장을 지원하는 콘텐츠나 이탈했다가 다시 되돌아온 복귀 유저가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다.
7월 3일, 한 차례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 중인 ‘테라’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신규 인스턴스 던전과 레이드 던전 추가를 중심으로 하는 이번 업데이트는 하드코어 유저와 라이트 유저의 성향에 따라 서로 겹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새롭게 ‘테라’를 시작하는 유저나 과거에 즐겼다가 다시 복귀한 유저도 쉽게 적응하고, 캐릭터 장비 격차를 느끼지 않도록 제작해 모든 유저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업데이트 초점을 맞췄다.
이번 ‘테라’ 업데이트를 준비한 블루홀 스튜디오 김낙형 팀장, 정황 과장, 이세훈 대리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왼쪽부터 정황 과장, 이세훈 대리, 김낙형 팀장
- 컨트롤 못해도 쉽게 플레이, 10인 레이드 ‘마법사의 요새’와 소형 던전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쉽게 즐길 수 있는 인스턴스 던전 추가다. 추가되는 던전으로는 10인 레이드를 비롯해 3, 5, 7인이 즐길 수 있는 소형 던전이 있다. 이 던전들은 단순히 새로운 배경에 이름만 달리하는 그런 일반적인 던전과는 다르다.
먼저, 10인 레이드는 유저들 간의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난이도 구분을 통해 컨트롤이 미숙하거나 하위 장비를 갖춘 유저도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세훈 대리는 레이드 던전을 하위 난이도로 진입하여 더 나은 장비를 갖추고 상위 난이도에 도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레이드가 대부분 최상의 장비나 높은 강화 아이템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일반 유저들이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번 레이드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됐다. 이러한 방식은 10인 레이드 던전뿐만 아니라 이번에 추가되는 3, 5, 7인 던전 모두 적용된다.
▲ 10인 레이드 마법사의 요새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
3, 5, 7인 던전은 클래스 조합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던전이다. 3인 던전은 탱커, 딜러, 힐러 직업 구분 없이 진행할 수 있고, 부족한 직업을 NPC로 보충해 준다. 5인은 던전 공략을 숙지하지 않아도 쉽게 즐길 수 있으며, 던전 플레이 타임을 최소화하고 컨트롤이 미숙해도 완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7인 던전 역시 3인과 5인 던전의 요소가 적용되어 있다. 이 대리는 “이번 업데이트 던전은 파티 모집 대기 시간을 줄이고, 던전 참여에 어려움을 느끼는 직업의 고민을 덜어줘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그럼 이번 던전들은 단순히 난이도 조절과 파티 구성 변화만 적용된 것일까? 김 팀장은 예전 던전이 보스 전투에 치중됐다면, 이번 던전들은 다양한 패턴을 활용한 플레이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레이드를 진행하면서 파티가 나뉘는 구간이 존재하고 나뉜 파티가 각각 임무를 완수하고 다시 뭉치는 구간, 보스를 잡기 위해 풀어야 하는 퍼즐, 앞으로 돌격해 나가는 길목에서 굴러 오는 커다란 돌을 파괴하는 등 기존 던전과 달리 색다른 요소를 삽입했다. 특히, 던전 내에 옥타곤과 같은 무대가 등장하고 파티원 중 한 명이 보스와 1:1을 벌이는데 이때 나머지 인원은 공성 병기를 타고 지켜보거나 지원을 하는 방식도 있다. 10인 레이드뿐만 아니라 3, 5, 7인 던전 역시 기존의 일반적인 진행과 다르게 진격해 오는 거인을 공성 무기로 때려눕히는 식의 새로운 요소가 적용되어 있다고 전했다.
▲ 3인 파티로 즐길 수 있는 '고대의 지하수로' 던전
- 이번 업데이트는 신규와 기존 유저 모두를 위한 것
사실 이번 업데이트는 지난 3월 진행된 연맹 업데이트에서 선보일 계획이었다. 김낙형 팀장은 “작년부터 이번 업데이트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이용자들이 퀄리티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며 “개발팀에서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주고자 던전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별도로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김낙형 팀장과 정황 과장, 이세훈 대리는 ‘테라’가 공개 서비스를 시작하고 2년 반이 지나면서 공통으로 느낀 부족한 점이 있었다. 바로 라이브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느꼈던 시행착오라고 할까? 이들은 개발 당시에 알지 못했던 라이브 서비스의 변수인 유저 목소리를 경청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다고 입을 모았다. ‘리니지’부터 ‘테라’까지 개발 경력만 15년 차인 김 팀장은 자신에게 있어 ‘테라’는 가장 큰 프로젝트였고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하면서 내부 상황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인원이 모인 탓에 자연스레 외부(유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경황이 없었고, 그 결과 안에만 갇혀 있었기에 유저들의 니즈와 추세를 따라가지 못해 어려운 상황도 경험했다.
▲ 새롭게 추가되는 태양의 축제에서 즐길 수 있는 미니게임 '뱀잡기'
이 같은 위기를 한 차례 겪은 ‘테라’에 재기의 기회가 찾아온 것은 부분 유료화 시점이었다. 김 팀장은 ‘테라’의 성격이 가장 극적으로 바뀐 때를 부분 유료화 전환이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많이 빠져나간 이용자들을 대체할 만한 신규 유저가 이 시점에 대거 유입된 것이다. 그러면서 다양한 이용자층이 형성됐다. 문제는 새롭게 들어온 유저들을 꽉 붙잡아 두기 위한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여기서 김 팀장은 이번 업데이트를 구상했다. 이전까지의 업데이트가 ‘테라’의 정점을 맛본 이용자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업데이트는 신규 유저와 기존 유저가 같이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함을 지난 경험으로 깨달았기에 개발자들은 본격적으로 밑그림을 그려 나갔다.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강화 시스템이었다. 강화 시스템은 신규와 기존 유저를 막론하고 스트레스로 작용해 유저들의 지속적인 플레이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새로운 장비 아이템이 나오면 이전 아이템의 가치가 하락하고 이 때문에 다시 새로운 장비를 구하고 강화하는데 매진하면서 피로감을 느끼며 실망하는 유저들이 많다. ‘테라’ 역시 마찬가지였고, 이 대리는 이 문제를 완화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고민 끝에 해결책으로 강화 가속제라는 이벤트성 보상 아이템을 만들었다. 이 아이템은 기존의 강화 아이템을 신규 아이템에 사용하면 성공 확률을 높여준다. 이는 기존 이용자들에게 비용절감 효과를 제공하게 되는데, ‘테라’의 상위 1% 정도가 보유한 최고의 아이템 철기장 시리즈의 아이템 가치를 보장해준다.
▲ 테라 최상급 장비 '철기장'
이 같은 요소는 꾸준히 이용해온 기존 이용자들을 위한 보상으로 제공되는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이번 업데이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저간의 격차 해소와 화합으로 신규 유저가 적응 못 하고 이탈하는 것이 아닌 기존 유저가 끌어주고 신규 유저가 함께 따라가는 ‘테라’라고 할 수 있다.
- 개발자 150명이 유저 의견 귀담아 듣는다, 이용자 중심 업데이트 준비
현재 ‘테라’의 순수 개발 인원은 150여 명이다. 앞서 업데이트 소식을 미리 공개하고 유저들의 반응을 살피는 개발사 블루홀 스튜디오와 퍼블리셔 NHN 한게임은 서로 파악한 정보를 공유 중이다. 김 팀장은 이번 업데이트 내용을 보고 너무 쉬워진 것 같다며 높은 난이도와 컨트롤을 요구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유저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며, 다음 업데이트에 나올 던전은 유저들 요구를 충분히 고려해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현재 최고 레벨 60을 확장하는 부분도 준비하고 있다.
PVP 콘텐츠도 계획 중이다. 지난 4월 업데이트된 포화의 전장은 테라의 PVP 콘텐츠에서 새로운 시도였다. 소위 ‘장비빨’이 중요한 PVP와 달리 포화의 전장은 장비의 능력치를 평준화시켰고, 그 결과 PVP 이용률이 높아졌다고 김 팀장은 설명했다. PVP를 싫어하는 이용자들도 있기에 이를 바탕으로 그는 라이트 한 PVP 콘텐츠도 고민 중이다. PVE와 PVP 콘텐츠의 중요성을 따지기에는 MMORPG에서 두 가지 모두 필요한 콘텐츠라 어느 하나에 집중하거나 소홀히 할 생각이 없으며 골고루 가져갈 계획이다.
▲ 동심으로 돌아가볼까? 해변가에서 즐길 수 있는 모래성 만들기
전투와 관련된 콘텐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작년에 처음 선보인 수영복을 들 수 있는데, 올여름 역시 새로운 수영복을 선보이고, 여기에 기능적인 부분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것은 능력치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색상, 사이즈, 모양 등 수영복 자체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기능이다.
세 개발자는 유저들에게 한마디 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함께 해온 개발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업데이트를 준비하면서 합류한 새 얼굴들이 있었고, 함께 성장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을 텐데 잘 따라와 줘서 내심 기뻤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테라’가 한 때 호흡기를 달았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고 운을 뗀 김 팀장은 “이번 업데이트는 준비를 많이 했다.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이 있을 텐데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유저들의 의견을 열심히 듣고 있으니 날카롭게 지적해주길 바란다” 며 “팀 규모가 크다 보니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겠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 마법사의 요새 업데이트를 시작으로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세 명의 개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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