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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가 나도 게임이 좋아요, 전자오락수호대 ‘가스파드’

묘한 8비트 사운드와 춤추는 도트 캐릭터. 그리고 중독적인 멜로디와 함께 귓가를 울리는 ‘우리가 다 갖다 넣는다’라는 가사. 아마 웹툰 좀 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한달 전쯤 앞서 설명했던 특징을 가진 영상을 보았을 것이다. 그렇다. ‘선천적 얼간이들’로 생활 웹툰의 새로운 해석을 보여줬던 작가 가스파드가 ‘전자오락수호대’로 돌아왔다.

사실 게임메카와 가스파드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연결고리는 없다. 게임 전문지와 웹툰 작가의 만남이라니. 그러나 그가 연재하는 새로운 작품은 무려 게임을 소재로 한 웹툰이다. 그래서 저질렀다. 작가가 거주하는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14 기간에 덜컥 인터뷰를 잡아버린 것이다. 그리고 지스타 2일차가 마무리된 20일 어스름한 저녁, 웹툰으로만 보던 가스파드를 드디어 만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는 진짜로 게임을 엄청나게 사랑하는 골수 게이머라는 걸.


▲ '전자오락수호대' 오프닝 영상 캡쳐 (사진출처: 가스파드 '전자오락수호대' 트레일러)

‘전자오락수호대’는 그냥 ‘좋아서’ 그린 작품

“전자오락수호대를 기획할 때 특별한 계산은 없었어요. 원래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이런 소재로 만화를 그리면 재미있겠다’라는 간단한 발상에서 나온 작품이죠. 그렇게 시작한 만화인데 오프닝으로 플래시 영상을 올려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 거 같아요”

영상을 본 독자들의 기대감에 부응하듯, 본편 내용 역시 범상치 않다. ‘전자오락수호대’는 플레이어들의 눈에 띄지 않게끔 게임 속 아이템을 배치시키고, 악역을 담당할 배우를 섭외하는 등,  ‘게임 무대’를 만드는 '수호대'의 이야기를 담아낸 웹툰이다. 작품에 나온 '앵그리버드'를 예로 들면, 새들이 오기 전 스테이지와 돼지를 배치하는 역할을 맡은 이들이다. 현재까지 등장한 주요 인물은 ‘패치’ 대리와 ‘퍼블리 셔’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익숙한 명칭이다.


▲ '전자오락수호대'의 작가 가스파드

“어렸을 때부터 계속 게임을 하다 보니, 패치나 퍼블리셔라는 용어가 생소하지는 않았어요. 작품 내에서 두 명이 수행하는 역할을 보면, 그런 이름이 맞을 거 같다고 판단했죠”

게임 장르에 따라 변하는 그림체도 화제가 됐다. 가스파드는 모바일게임 부서를 SD 캐릭터로, FPS와 액션게임은 실사풍으로 그려냈다. 최근 등장한 고전게임 부서는 투박한 픽셀 박스가 보이는 8비트 도트로 구현됐다.

“액션이나 FPS 부서는 3D 모델링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필요한 모션을 찍어서 2D 이미지처럼 보이게 가공합니다. 그리고 모바일게임이나 고전게임 부서는 처음부터 2D로 작업하고요. 손이 많이 가니까 일주일 내내 웹툰 작업에만 매달려요. 그래도 완성해놓고 보면 예쁘니까 괜찮아요, 하하”

FPS 멀미 심해도, 소년 시절만큼 게임이 좋다

가스파드의 작품 곳곳에는 게임에 대한 그의 애정이 녹아 있다. ‘선천적 얼간이들’ 시절에는 오락실 에피소드를 통해 어린 시절 오락실을 들락날락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게임업계를 새롭게 해석한 ‘전자오락수호대’는 가스파드의 게이머 인생 자체가 영감을 준 작품이다.


▲ '네이버 3대 미녀(?) 작가' 타이틀은 가진 그
전작인 '선천전 얼간이들' 단행본을 들고 웃고 있다

“RPG를 정말 좋아해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나 ‘드래곤 퀘스트’, ‘이스’ 같은 게임 꾸준히 했었죠. 추억 보정이 조금 들어가긴 했겠지만 아무래도 예전 게임들을 워낙 좋아하고 많이 했었다 보니 패치가 모바일부서에서 나와서 처음으로 맡은 게임도 고전 RPG로 결정한 것 같아요”

심지어 그는 고등학생 시절, 학교 근처의 전자기기 매장을 들러 새롭게 출시된 타이틀을 보는 것이 취미였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그는 일명 ‘FPS 멀미’라고 불리는 어지럼증이 굉장히 심해서 게임을 오래 할 수 없다. 게임을 30분 정도 하면 2시간 동안 누워있어야 할 정도.

“그래도 너무 하고 싶어서 끝까지 플레이한 작품도 있죠. 지금 기억나는 건 ‘데드스페이스’나 ‘다크 소울’ 정도네요. 둘 다 정말 재미있었고 굉장히 만족했지만, 그 고생을 하면서 클리어하고 나니 후속작에는 손이 잘 안 가더라고요. 그래서 요새 나오는 ‘배틀필드’나 ‘콜 오브 듀티’ 같은 타이틀은 꿈도 못 꿔요. ‘GTA 5’도 정말 하고 싶은데 멀미가 무섭고. 스크린샷이나 영상 보면서 달래고 있어요”


▲ 극악의 난이도를 가진 '다크 소울'을 클리어하다니... 

이쯤 되니 어떤 게임이 ‘전자오락수호대’에 영감을 줬는지 궁금해졌다. 가스파드는 이에 대해 특정 게임보다는 장르를 중심으로 작품을 그리고 있다고 답했다. 표면적인 내용은 최고 인기 모바일게임 부서에서 고전게임 부서로 좌천된 패치 대리의 무용담이지만, 다양한 부서를 소개하며 각 장르가 가진 매력을 전해주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모든 장르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RPG나 FPS, 시뮬레이션 등 큰 갈래로 장르를 나누면 수가 그리 많지 않지만 세분화하면 끝이 없는 탓이다. 

“이미 등장이 정해진 장르도 있지만, 아직 어느 쪽이 더 나을지 고민 중인 장르도 존재합니다. 그래픽 스타일은 정하지 않았어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각 장르마다 외형을 모두 달리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픽보다는 장르들이 가지는 특성과 재미 요소를 에피소드로 풀어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게 목표에요. 저도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제가 몸담은 문화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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