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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만들려고 논문까지, 프로젝트 퍼피의 '진짜 같은 강아지' 작법

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다마고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마고치’는 가상의 공룡을 기를 수 있는 달걀 모양의 게임기다. 이를 기점으로 가상의 동물을 기르는 콘텐츠를 핵심으로 한 게임이 종종 나왔다. 특히, 개인사정으로 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줬다. 비록 모니터 속이지만 살아 숨 쉬는 동물과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하지만, 가상은 어디까지나 허구다. 특히, 살아있는 동물의 행동은 몇 가지로 패턴화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래픽을 실사 수준으로 뽑아도 진짜 동물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매일 만나던 내 반려동물이 어느 순간 기계적으로 나를 대한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교감은 끊어진다.


▲ '프로젝트 퍼피' 트레일러 (영상제공: 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 장영국 PD는 바로 이 시점에서 ‘지금보다 더 현실적인’ 가상의 반려동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진짜 같은 ‘가상 강아지’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논문도 썼다. 그리고 ‘강아지’를 주제로 한 육성게임만 5년 동안 만들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지난 지스타 2014에서 첫 공개했던 모바일 SNG ‘프로젝트 퍼피’다.

진짜 같은 ‘가상 강아지’를 위한 2년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오랫동안 강아지에 매달려 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처음에는 강아지가 좋아서 시작한 건데 말이다. 그래도 게임 속 강아지가 진짜처럼 반응하는 걸 보면 뿌듯하다"


▲ 스마일게이트 장영국 PD

장 PD는 스마일게이트 모바일 3i 스튜디오에서 2년간 ‘프로젝트 퍼피’에 매진해왔다. ‘프로젝트 퍼피’ 전에도 강아지 육성게임을 제작했었던 그는 당시 작업을 거울삼아 보다 더 자연스러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몰두했다. 한 견종당 500개 이상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실제 강아지의 울음소리를 녹음해 넣었다. 여기에 강아지의 매력 포인트인 복슬복슬한 털을 표현하기 위해 털 텍스쳐를 10장 이상 겹치는 수고도 마다치 않았다.

가상 강아지만을 위한 툴도 만들었다. 강아지의 움직임을 한층 더 자연스럽게 표현해주는 뼈대를 따로 제작하고, 성향과 성격, 기분에 따라 다른 반응을 도출해내는 인공지능 시스템도 개발했다. 웬만한 인간 캐릭터 하나 만드는 것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그뿐이랴, 음성인식부터 게임을 켜지 않아도 강아지를 만날 수 있는 위젯 기능까지 ‘이런 것까지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기능까지 다 만들어 봤다. 왠지 ‘강아지 만드는 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라는 타박을 들었을 것 같아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장 PD는 지금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다.

“답답해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이만큼 했으면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작업할 때마다 티끌만 한 부분이 아쉬워 한 번 더 검토해보자고 하곤 한다. 그 '작은 부분'이 진짜와 가상의 간극을 만들고, 유저의 감정 이입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건 ‘프로젝트 퍼피’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강아지가 아니다."


▲ 간식을 보고 달려드는 녀석들


▲ 보스턴테리어 눈망울에 퐁당 빠질 것 같다

장 PD의 고집으로 탄생한 ‘가상 강아지’들은 기대 이상으로 진짜처럼 반응한다. 활발하고 친화력이 강한 푸들은 어떤 유저를 만나도 반갑게 맞이해주며, 허스키들은 주인이 아닌 유저는 우선 경계한다. 오랜 산책으로 지친 강아지는 소파 위에 앉아 잠을 청하고, 배가 고픈 녀석은 간식을 손에 들고 있기만 해도 스크린 밖으로 뛰쳐나올 기세로 유저를 환대한다. 견주라면 다 해 봤을 손놀이도 가능하다. 손가락을 따라 시선과 발을 바쁘게 움직이는 강아지는 정말로, 몹시 귀엽다.

자연스러운 관계를 만드는 SNG가 목표

이 정도면 강아지 육성게임으로서는 완성형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스마일게이트 장영국 PD의 목표는 진짜 같은 ‘강아지’ 만들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프로젝트 퍼피’의 최종 목표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감성적인 SNG다. 기존 SNG처럼 ‘강아지 농장’이라도 꾸려야 하나 싶었는데, 그런 것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게임 속이라도 강아지는 소모품이 아니라고. ‘프로젝트 퍼피’에서는 강아지 한마리 이상을 키우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자신의 반려동물을 아껴주고 꾸준히 돌봐주면 자연스레 주변 친구들도 늘어난다.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주 콘텐츠인데, 어떻게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만든다는 걸까? 이 물음에 장 PD는 ‘산책’ 시스템이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아지와 함께 거리를 걷다가 마주치는 유저들과 실시간 채팅을 나눌 수 있으며, 원한다면 친구 추가도 할 수 있다. 이렇게 관계를 맺고 나면 서로의 집에 놀러 가면서 각자 강아지를 돌봐주고 친밀도를 쌓게 된다. 


▲ 원반 던지기도 하고


▲ 집 안에서노는 녀석들 모습만 봐도 흐뭇
보스턴테리어는 뻗어 있군요

동성이든 이성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을 아껴주고 챙겨주는 모습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호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장 PD가 ‘가상 강아지’를 매개체로 삼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일면식도 없는 두 사람이 강아지를 통해 가까워지고 교감을 나누는 모습을 그리면서 말이다.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끼리는 쉽게 친해진다. 그쪽 강아지 참 귀엽네요, 말을 건네면서 자연스럽게 말문을 여는 것이다. ‘프로젝트 퍼피’도 그런 게임이 됐으면 한다. 효율을 떠나서 친구네 강아지가 서서히 저한테 친밀감을 표시하는 걸 느끼면서 행복을 얻고 친구와 함께 대화하는 그런 작품이 꿈이다."


▲ '프로젝트 퍼피'가 좋은 성과를 거두면 고양이 버전도 생각 중이라는 장영국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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