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플루토에서 개발하는 ‘콜오브카오스(Call of Chaos, 이하 CC)’는 쿼터뷰 시점의 독특한 3D MMORPG다. 이 게임의 핵심은 초창기 RPG의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의 분위기에 마우스만으로 가능한 간편한 조작감을 선보이겠다는 것. 무엇보다 개발과 서비스를 동시에 하겠다는 ‘튀는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무엇이 초창기 RPG이고 동시에 최신의 RPG를 나누는 경계가 될까? 또 개발과 운영을 함께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NHN의 자회사 중에서 유일하게 자체 서비스의 길을 선택한 엔플루토의 MMORPG ‘CC’를 퍼블리싱팀의 정지윤 서비스기획 파트장을 통해 미리 만나보았다.
▲ 상반기 중에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인 `CC(Call of Chaos)` 마우스 위주의 게임의 쉬운 조작성과 전체적인 운영정책이 과거의 고전 MMORPG 런칭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
아날로그의 향수를 자극하는, 쿼터뷰 3D MMORPG
“스크린샷을 보면 알겠지만, 오랜만에 나오는 쿼터뷰 3D MMORPG입니다. 아날로그적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배워서 하는 게임이 아니라 쉽고 편안한 게임을 지향합니다. 3D 게임에서 백뷰는 시점 조절이 자유롭지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렵습니다. 쿼터뷰는 2D로는 많았는데 ‘디아블로’, ‘리니지’, ‘뮤’ 같은 게임이 다 이런 시점이죠. 쿼터뷰는 시각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3D 백뷰가 어지럽다는 사람들에게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죠.”
‘CC’는 기본적으로 고정 시점이지만 마우스 휠로 조절하면 카메라가 낙하하는 식의 연출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게임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지만으로 ‘CC’의 개성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전체적인 게임의 세계관은 TRPG의 D&D 세계관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대부분 공격에 발달한 캐릭터 특성도 직업에 얽매이는 스타일은 아니다. 기존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퀘스트나 던전, 공성전 같은 재미도 다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CC의 특징은 무엇일까?
“CC는 무엇보다 운영자가 잘 보이는 게임을 만들 생각입니다. 운영자가 단순히 불만을 들어주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게임을 만들어나가고 유저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거죠. 예를 들어 과거의 ‘울티마 온라인’이나 ‘리니지’ 초창기 시절을 떠올리면 됩니다.”
운영자가 곧 개발자, 온라인 게임 초창기를 기억하세요?
정지윤 파트장의 이야기다. 온라인 게임 초창기, 유저와 운영자가 직접적으로 호흡하던 시절의 게임내 운영자와 지금의 운영자는 다른 개념이었다. 당시 운영자는 곧 게임을 개발하던 개발자였다.
‘CC’가 고안해 낸 것이 바로 SOD(Story On Demand)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들이 패키지게임처럼 정해져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라면, SOD 시스템은 바탕이 되는 세계관은 제공하지만 그 안에서 이야기는 외전 격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운영자가 사건도 만들어주고, 이벤트도 만들어주고, 유저의 성향에 따라 게임을 전개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개발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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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플루토 퍼블리싱팀 정지윤 서비스기획파트장 |
온라인 게임은 콘텐츠가 아니라 서비스이기 때문에 유저들이 게임 안에서 하는 행동에 따라 발 빠르게 스토리를 제공하겠다는 것. 마을에 몬스터를 불러들인다든지 몬스터에 운영자가 빙의 된다든지, 또 운영자가 몬스터로 변신해서 공격을 한다든지 하는 식의 행동이나 퀘스트가 모두 개발툴로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예를 들어 엘프 마을에 습격이 이루어졌는데, 그 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그 사건 이후로 게임내 이야기는 바뀌어서 퀘스트나 개별적 게임 진행에도 영향을 미치는 거에요.”
서비스기획자와 유저가 실시간으로 만들어가는 세계
정지윤 파트장은 이 개발툴(SOD 시스템)과 정책에 대해 개발자가 운영자가 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 동안 온라인 게임산업이 발전하면서 회사가 생각하는 운영자는 게임의 장애를 접수하는 정도의 상담원이 되었지만, 유저에게 운영자는 여전히 게임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CC’는 그 같은 한계에서 벗어나 유저가 생각하는 운영자를 만들어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저들은 운영자라고 부르지만, 내부적으로 서비스기획자라고 불리는 실질적으로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인력들이 이 일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인력적인 부담이 매우 클 것 같은데요?” “당연히 부담이 되겠죠. 운영에는 반복적으로 생기는 단순 업무도 필연적으로 만들어지니까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운영자가 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지금 서비스기획팀에 있는 사람들도 원래는 개발에 참여했던 사람들이에요. 개발툴이 있지만, 업무 부담이나 유저들의 돌발행동 있기 때문에 상반기 중에 있을 테스트에서 철저하게 점검할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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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시도하는 자체 서비스지만 개발과 운영이 분리되는 것은 지양한다. 사진은 퍼블리싱팀의 모습 |
“좋은 의도이지만, 생각보다 무모한 계획일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들어요. 개발자가 운영자가 되는 계획에는 인적인 문제가 있고, 초창기 RPG의 향수만 생각하지만, 그 때의 문제점도 있었잖아요.”
“맞아요. 그 때는 지금과 달리 상대적으로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적었고, 게임의 분위기나 사람들도 비교적 순수한 시절이었죠. 콘텐츠나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에서 운영자가 나가서 ‘몸빵’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였고요. 우리도 그런 문제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나 앞서 이야기한 개발툴에서도 많은 고려를 했습니다. 이 개발툴 자체도 클라이언트 심의와 별도로 회사 내부 심의를 받았을 정도에요. 완성도에 자신은 있지만, SOD 시스템은 사실 없어도 되는 시스템입니다. 있으면 게임이 더 재미있어지는 것은 맞지만, 이게 없다고 해서 게임이 재미 없거나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니까요.”
운영자가 없는 회사, 서비스의 가치를 만들어 간다
엔플루로 정지윤 파트장은 게임의 기본적인 틀은 비슷하지만 갈수록 튜닝이 이루어지면서 살이 붙어진 게 최근의 게임이라고 보았다. 그러면 과연 유저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CC’는 그것을 온라인 게임의 ‘순정’이라고 불렀다.
단순히 화려하게 보여지는 것보다 온라인 게임답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유저들에게 지속적으로 재미를 주는 것. 캐릭터도 키우고, 게임 안에 사람들과 우정도 나누고 원수도 되고, 패키지 게임이 아닌 온라인 게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것들이다.
▲ 접근성이 높은 게임을 지향하는 만큼 사양도 관심거리다. Geforce TI 4200, 메모리 1GB이상, CPU는 팬티엄 4 이상 셀러론포함이 현재의 확정 사양. Geforce MX440에도 느리지만 동작은 가능하다. |
NHN에 있는 동안 엔플루토의 정체성은 ‘당신은골프왕’, ‘스키드러쉬’같은 캐주얼 게임에 특화된 개발 스튜디오였다. 2007년 독립 이후, 엔플루토는 자기 걸음으로 색깔 있는 게임이라면 무엇이든 개발하는 곳으로 성장하고 있다. 엔플루토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CC`의 자체 서비스는 운영과 개발이 함께 하는 이 게임의 특성이 반영된 결정이다. 하지만, 이 무거운 `짐`은 홀로서기를 하는 엔플루토가 독립적인 개발사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 같은 미래는 정지윤 기획파트장의 당찬 포부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우리 회사에는 운영자가 없습니다. 유저들이 보기에는 운영자라고 보겠지만, 모두 서비스기획자에요. 물론 여전히 운영자라고 부르겠지만, 우리가 하는 역할은 확실히 일반적인 운영자가 하는 일에서 더 나아간다는 자부심과 목표가 있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만들어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운영자가 유저들에게는 욕 먹고 회사에서는 상대적으로 천대받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유저들에게도 사랑 받는 사람이고, 게임이 되고 싶어요. 저 스스로도 그 동안 게임기획과 마케팅을 모두 했는데, 온라인 게임의 본질은 운영이라고 생각해요. 운영의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저와 제 사람들이 그냥 단순 운영자에 머문다면 제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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