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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장남식이 된 양준혁? ˝환불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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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KBO에 양준혁까지, 야구게임 초상권 점입가경

‘장남식은 도대체 누구인가요?’, 지난 3월 말부터 국내 주요 야구게임에 등장한 ‘장남식’의 정체에 게이머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야구 9단’, ‘마구마구’, ‘프로야구매니저’, ‘슬러거’에 맞추기라도 한 것 마냥 일제히 등장한 ‘장남식’, 그의 정체는 현재 SBS 야구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양신’ 양준혁입니다.

프로야구 계의 ‘거포’로 손꼽히는 그가 ‘장남식’이라는 가명으로 불리게 된 데에는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정이 있습니다. 양준혁 위원의 경우, 개인 퍼블리시티권을 원한다면 무료로 사용하게끔 지원하겠다고 나서며 업체와의 직접적인 협의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수협과의 계약을 통해 라이선스를 얻은 각 게임업계는 양준혁 위원과 같은 예외사항을 하나 둘씩 받는다면, 나중에는 업체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개별계약이 늘어나 혼선이 빚어지리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선수협에 위탁된 퍼블리시티권이 양준혁 본인에게 돌아가자, 실명을 모두 가명으로 처리하고, 선수의 사진 역시 삭제되는 수정작업이 국내 야구게임 내에 대대적으로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야구 9단’, ‘마구마구’, ‘프로야구 매니저’와 같은 주요 야구게임에서 ‘양신’은 의도치 않게 제 2의 은퇴를 맞이하게 된 것이죠.

해당 이슈에 가장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쪽은 단연 야구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입니다. ‘마구마구’를 즐기는 한 유저는 “시즌 5 업데이트를 맞이하여 접속했는데 양준혁 이름이 장남식으로? 장남식 넌 누구냐?’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프로야구 매니저’의 한 유저는 “선수협에서 탈퇴한 건 알고 있었는데 초상권까지 따로 떨어져 나갈 줄은 몰랐네요. 갑자기 카드를 모을 의욕이 뚝 사라집니다”라며 양준혁 위원의 부재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일부 유저 및 야구팬들은 양준혁과 게임업계에 각각 비난의 화살을 쏘며 아쉬운 마음을 애써 달래기도 했습니다. 양준혁 위원을 옹호하는 측은 각 게임업체가 앞으로도 선수 개인과의 퍼블리시티 사용 계약은 일체 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전하기 위해, 그 첫 타자였던 양준혁을 시범 케이스로 삼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NHN과 넷마블, 네오위즈 게임즈와 엔트리브 소프트는 ‘장남식’이라는 가명을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각 업체가 담합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각 업체가 양준혁 위원을 음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장남식’이라는 이름 자체에 ‘장가도 못간 남자’라는 의미를 넣었다는 소문이 퍼져 일대파란이 일기도 했죠.

반대로 양준혁 위원을 비판하는 유저들도 있었습니다. 한 커뮤니티 유저는 “양준혁은 이미 순수한 야구인이 아닌 사업가가 되었다. 선수협에서 지 초상권 파간것도 그 연장선이고. 지금은 여론이 불리하니 거저 쓰라고 말하지만 양준혁 머릿속에 뭘 구상하고 있는지 이미 다 알잖아”라며 양 위원의 발언에 신뢰를 갖지 못하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개별계약 확장에 대한 부담 때문에 조심스럽게 행동 중인 게임업체의 입장에 동조하는 유저들도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개별협상 들어가면 일도 많아지고 금액적인 부분도 높아질 가능성이 높으니 나름의 실력행사를 했다고 생각되네요. 그리고 강제는 아니지만 여건에 따라 기부를 좀 해달라는 것도 상당히 껄끄러웠을 겁니다. 의도는 좋습니다만 이런 방식이 쉽게 자리 잡기도 힘들어 보이네요”라고 전했습니다.

문제는 이번 ‘장남식’ 사건이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하며 선수협에서 임시 탈퇴하며 4월 중 야구 게임 내에서 가명으로 전환될 이대호는 물론 최근 은퇴를 선언한 이종범까지 실명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지 않느냐며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존하는 프로 선수들의 실명 사용은 스포츠게임의 사실감과 몰입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따라서 해당 스포츠계와 게임업계 모두 ‘성명권’이 포함된 퍼블리시티권 사용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그러나 쌍방이 대립하는 도중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피해를 보는 쪽은 야구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들이 아닐까요? 본인의 주장을 피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뒤에는 언제나 팬들이 있다는 사실을 양쪽 모두 명심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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