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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은 그저 기술일 뿐’ 닌텐도 고집은 여전히 도돌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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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현실이 현실로 다가왔다. 왼쪽부터 홀로렌즈, 오큘러스 리프트, 모피어스

SF영화에서나 보던 가상현실(이하 VR, Virtual Reality)이 현실로 다가왔다. 올해 E3는 기대작들의 향연인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신기술 시연이 활발한 행사였다. 2012년 오큘러스VR 킥스타터에서 촉발된 게이밍 VR 개발 경쟁이 이제 그간의 성취를 선보일 때가 된 것이다. 언제나처럼 소니와 MS가 정면으로 대립하는 가운데 콘솔 3강 중 닌텐도만이 시큰둥한 반응이다.

지난 E3에서 닌텐도 북미 지사 레지 필즈 아이메 대표는 “닌텐도는 앞으로도 VR 경쟁에 참여할 계획이 없으며, 가상현실은 일종의 고립된 환경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VR은 즐겁지도 않고 사회적이지도 않다”면서 패러다임을 바꿀 무언가가 아닌 “그저 기술일 뿐”이라고 확언했다.

닌텐도가 시대 조류에 맞서 ‘옹고집’을 부리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사업계획 발표 당시, 닌텐도는 3년간 이어진 부진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예상을 깨고 모바일산업진출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나마 모바일을 활용한다고 내놓은 전략이 자사의 콘솔게임을 소개하는 앱을 출시하겠다는 것이었다.


▲ 닌텐도 북미 지사 레지 필즈 아이메 대표 (사진출처: 닌텐도)

닌텐도의 고집은 불과 1년 만에 무너졌다. 지난 3월 일본 유명 모바일 개발사 디엔에이(DeNA)와 손을 잡고 모바일산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비단 이뿐만 아니라 닌텐도는 이미 현세대 콘솔경쟁에서도 최신 기술을 경시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닌텐도가 야심 차게 내놓은 Wii U는 PS4와 Xbox One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성능으로 사실상 경쟁구도에서 탈락한 상태다.

이에 반해 소니와 MS는 VR 등장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우선 소니는 지난 GDC 2014에서 자사의 VR 헤드셋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공개했다. ‘모피어스’는 선두주자인 ‘오큘러스 리프트’에 비해 슬림한 디자인으로 장시간 게임플레이의 피로를 덜어주고, 모션컨트롤러 PS무브와의 궁합도 좋다.

여기에 소니는 PS4, PS비타라는 강력한 플랫폼과 든든한 서드파티 개발사들을 거느리고 있어 향후 콘텐츠 전개를 기대케 한다. 단적으로 반다이남코의 가상현실 미소녀연애시뮬레이션 ‘섬머 레슨’에 쏟아지는 게이머들의 찬사만 봐도 ‘모피어스’의 잠재력을 쉽게 알 수 있다.


▲ 다른 의미로 VR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섬머 레슨' (사진출처: 반다이남코)

소니가 자체 개발에 열을 올릴 동안 MS는 외교 수완을 발휘했다. 그간 VR기기 개발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던 MS는 E3를 며칠 앞두고 오큘러스VR과의 협력관계를 밝혔다. 이를 통해 MS는 ‘모피어스’에 대항할 Xbox를 위한 VR기기를 마련했고, ‘오큘러스 리프트’도 ‘헤일로’ 등 킬러 타이틀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MS가 그간 심혈을 기울인 증강현실기기 ‘홀로렌즈’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착용자를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보내주는 가상현실과 실제 풍경에 가상의 조형물을 덧씌우는 증강현실은 모두 게이밍 환경을 한 단계 진화시킬 만한 기술들이다. 오큘러스VR을 우군으로 삼고 ‘홀로렌즈’까지 한 수 거드는 MS야 말로 현재 기술 경쟁의 선두에 서있다.

닌텐도는 과거에도 VR 헤드셋 비슷한 것을 만든 전력이 있다. 1995년 출시된 ‘버추얼 보이’는 3D착시기술을 활용했지만 끔찍하리만치 조악한 화면과 2.2kg에 달하는 무게로 참패를 면치 못했다. ‘버추얼 보이’가 닌텐도가 비디오게임 시장에 뛰어든 이래 최초이자 최악의 실패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VR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지금의 VR 열풍이 그저 한때의 유행이라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닌텐도는 다음 세대 경쟁에서도 고배를 마실 공산이 크다.


▲ 닌텐도, 이제 '버추얼 보이'를 딛고 일어서야 하지 않을까? (사진출처: 닌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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