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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아웃 4' 한국어화는 왜 안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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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아웃 4' 게임 스크린샷 (사진제공: H2인터렉티브)

베데스다의 오픈월드 RPG '폴아웃 4' 출시가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워낙 기대가 큰 게임인만큼 출시를 앞두고 게임 카페와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글들이 쏟아진다. 그 가운데에서도 유독 자주 올라오고, 댓글도 많이 달려 눈에 띄는 주제가 있는데 바로 '한국어화'다.

'폴아웃 4'는 영어를 포함해 모두 10개의 언어를 지원한다. 아시아권에도 일본어와 중국어로 발매되는데, 특히 일본어는 음성까지 지원돼 국내 팬들의 부러움을 샀고, 이는 베데스다 전작인 '스카이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왜 일본과 중국은 현지화 돼서 출시되는데 한국만 외면 받을까?

팬들이 적어서라고 하기에는 사실 이해하기 어렵다. 주위를 보면 국내에도 베데스다 팬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이버만 봐도 ‘스카이림’의 경우 13만 명, ‘폴아웃’도 5만 명 규모의 카페가 있다. 적지 않은 수치인데 도대체 이유가 뭘까? 정답을 찾기 위해 국내 게임 유통사를 찾아가 직접 물어보았다. 다만 특정 개발사의 계약 내용을 그대로 담을 수 없어 일반적인 사례를 가지고 설명을 하려고 한다.


▲ 스팀의 '폴아웃 4' 페이지... 한국어는 없다 (사진출처: 스팀 갈무리)

대작 게임일수록 높아지는 개런티, 한국 시장만으로 감당하기 힘들다

먼저 한국어로 발매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자. 유통사가 게임의 개발사에 현지화를 제안하는 것으로 협상이 시작된다. 이후 개발사가 '유통 수량'에 대한 개런티를 제의하고 유통사가 이를 받아들이면 한국어화 작업이 진행된다. 문제는 대형 개발사, 대작 타이틀일수록 개발사에서 요구하는 수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유통사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여기에 한국어화 방법에 따라 수량이 추가로 늘어난다. 한국어화는 유통사가 번역하는 방식과 개발사가 직접 현지화를 진행하는 방법 2가지로 나뉘는데, 대형 개발사들은 주로 게임 정보나 빌드를 유출하지 않기 위해 두 번째 방법을 택한다. 이 경우 작업량이 많아지는 만큼 유통사가 안아야 하는 수량도 더욱 늘어난다. 실제로 개발사가 직접 한국어로 출시할 시 영문판에 비해 3~4배 많은 양을 유통사가 감당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증가한 수량에 비해 한국 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전체 시장 규모에서도 일본은 한국의 두 배다. 더욱이 한국 게임 시장은 온라인과 모바일에 편중됐기 때문에, 규모에 비해 콘솔과 PC 시장이 매우 작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4년 국내 게임 시장에서 콘솔은 1.6%, PC는 0.3% 정도에 불과하다. 즉, 한국어로 대작 게임을 출시한다고 하더라도 수요층이 적어 확보한 게임을 모두 판매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판매량을 살펴보면 이런 시장 크기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포켓몬스터 오메가루비/알파사파이어’로 비교해보면, 한국에서는 약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7만 장(2월 5일 기준)을 돌파한 반면 일본은 출시 3일만에 150만 장을 넘어섰다. 한국과 일본 모두 큰 인기를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8배 이상 차이난다. 여기에 ‘포켓몬스터’ 시리즈가 한국에서 전연령층에게 사랑 받는 대중적인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작품의 판매량 차이는 더욱 커진다. 즉, 기본 판매량 자체가 일본과 확연히 다른 만큼, 개발사가 제의하는 수량을 감당하기 힘들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대작 게임일수록 개발사에서 요구하는 수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한국 시장만으로 그들이 요구하는 수량을 맞추기 어렵다”며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일부 국가를 추가로 포함시켜야 겨우 맞출 수 있는 수준인데, 규모가 작은 대부분의 국내 유통사들이 이를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 대히트를 기록한 타이틀이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턱없이 낮다 (사진제공: 한국닌텐도)

디지털 다운로드는 제외, 패키지 판매 수익만으로 버터야 하는 계약 구조

유통사가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패키지 판매가 대부분이라는 점도 한국어화 발매에 난관으로 작용한다. 이는 개발사와 유통사가 맺는 정식 발매 계약의 조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유통사와 개발사간 정식 발매 계약은 ‘유통’과 ‘퍼블리싱’ 두 가지로 나뉜다. 

‘유통’은 말 그대로 패키지 유통권만 확보하는 것이다. 이 경우 유통사는 패키지로 발매된 한국어판에 한해서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퍼블리싱’은 특정 지역에 대한 판매 권한을 유통사가 보유하는 형태다. 계약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패키지와 함께 디지털 다운로드 판매에 대한 대한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계약 방식 중 개발사들이 선호하는 방식은 ‘유통’이다. 심지어 대형 개발사 중에는 오직 유통 계약만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PC게임을 즐기는 한국 게이머들이 패키지 구매보다 디지털 다운로드 구매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통사 관계자는 “PS4 말고는 패키지 판매량이 적어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데, 개발사들은 모든 플랫폼으로 출시되기 원한다”며 “이 때문에 유통사가 감당해야 될 수량이 많은 대작 게임일수록 더욱 현지화가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유통사가 힘들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고 무조건 디지털 다운로드 판매 수익을 가져가는 것도 아니다. 다운로드 판매에 대한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한글 패치 등 일부 권한을 개발사로부터 양도받아야 하는데, 대형 게임사일수록 권한 양도를 꺼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다운로드 판매로 수익을 얻는 유통사는 드문 편이다. 

정리하자면 타이틀의 인지도에 따라 안아야 하는 수량이 점차 늘어나는데, 이를 작은 규모의 시장에서 패키지 판매만으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어 발매가 더욱 힘들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한국어화가 진행된 대작도 소니처럼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개발사가 협의가 가능하거나,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오면서 지속적으로 설득해 겨우 성사된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폴아웃 4’처럼 인기가 많은 대작일수록, 한국어화의 허들이 더욱 높아지는 만큼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다만 '폴아웃 4'가 국내 정식 발매된 만큼 다음 작품이 현지화 돼서 발매될 가능성은 조금 높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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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아웃 4 2015. 11. 13
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액션 RPG
제작사
베데스다
게임소개
‘폴아웃 4’는 베데스다 대표 타이틀 ‘폴아웃’ 시리즈 4번째 넘버링 작품으로, 전작과 마찬가지로 핵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된 포스트아포칼립스 세계를 배경으로 삼는다. 이번 작품의 주 무대는 보스턴 인근 지역으로,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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