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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아웃4 한국어화 85% 완성, 팀 왈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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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나 유럽에 비해 작은 패키지게임 시장을 지닌 국내 게이머들은 언제나 한국어화 타이틀에 목마르다. FPS나 스포츠같이 텍스트가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상관없지만, 시나리오나 NPC와의 대화, 맵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책자 등, 곳곳에 텍스트가 산재해 있는데, 여기서 제대로 정보를 얻지 못한다면 게임은 아무래도 재미가 반감되기 마련이다.

이런 성향을 지닌 장르가 RPG이고, 그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바이오웨어 ‘드래곤에이지’나 ‘매스 이펙트’, 베데스다 ‘엘더스크롤’ 시리즈 등의 최신작들은 아쉽게도 한국어화 발매가 성사되지 못했다. 특히 얼마 전 정식발매된 ‘폴아웃 4’ 한국어화도 불발되면서 유저들은 혹시나 했던 마음을 접어야 했다. 심지어 국내 발매된 영문 패키지에는 중국어로 일부 정보가 표기되어 있어 씁쓸함도 함께 느껴졌으리라.

이렇듯 ‘폴아웃 4’ 공식 한국어화가 요원해졌을 때, 이를 직접 번역하겠다고 나선 ‘용자’들이 있다. 바로 유저 한국어화 팀, ‘팀 왈도’다. 베데스다 게임 중 가장 텍스트량이 많다고 알려진 ‘엘더스크롤: 스카이림’보다 더 방대한 내용이 들어간 ‘폴아웃 4’를 번역하겠다는 용기는 어디서 나온 걸까.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어, ‘팀 왈도’를 꾸린 장본인 ‘김민성’과 기술 담당 ‘임바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폴아웃 4' 번역팀 '팀 왈도' 로고

현재 ‘폴아웃 4’ 한국어화 작업을 진행 중인 번역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어떻게 구성된 팀이고, 여태껏 어떤 게임을 한국어화해왔는가.

민성: ‘팀 왈도’는 그때그때 모였다가 흩어지는 공공재 같은 팀입니다. 누구든 총대를 메고 싶으면 이름을 가져다 쓰는 방식이죠. 이번엔 소규모 팀이 될 것 같아서 팀 왈도의 이름을 가져다 썼는데, 생각보다 팀의 규모가 커지면서 본의 아니게 유명세를 타게 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 결성되었던 팀 왈도에서는 ‘FTL: Faster than Light’, ‘페이데이 2’ 등의 한국어화에 참여한 바 있고, 현재는 ‘다키스트 던전’이라는 소규모 게임 번역에 투신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는 Amplitude의 ‘Endless’ 시리즈나 기타 인디 게임을 주로 번역했습니다.

‘폴아웃 4’는 상당히 방대한 텍스트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베데스다 측에서도 ‘엘더스크롤: 스카이림’보다 많은 양의 텍스트가 존재한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는데, 그런 어마어마한 양의 텍스트를 한국어화하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민성: 일단 저 자신이 ‘폴아웃’ 시리즈의 어마어마한 팬입니다. 그렇기에 애정 하나만으로 겁을 상실하고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에 뛰어들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다른 많은 사람 역시 즐길 수 있도록 영업하는 것은 팬의 사명이니까요.

그리고 제가 이렇게 좋아하는 게임의 한국어화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망치더라도 내가 망치고 내가 괴로워해야지’ 하는 마음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대부분 팀원들 역시 거의 ‘폴아웃’에 대한 열정으로 모여 번역에 임했습니다. 팀원 중에는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는데, 단순히 언어가 영어라는 이유 하나로 많은 사람이 이런 ‘갓-게임’을 못 즐긴다는 게 너무 아쉽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 '폴아웃 4' 의 감동을 모두와 나누고 싶어!

텍스트 내용이 많다 보니 한국어화에 참여하는 인원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총 몇 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는지.

민성: 현재 관련 스팀 커뮤니티에는 총 400명가량이 가입해 있으며, 이들 중 엄격한 심사를 통해 작업 페이지에까지 받아들인 인원이 300명가량입니다. 절대 적은 숫자는 아니죠. 

스팀 커뮤니티를 통해 한국어화 팀 인력을 계속 보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은데.

민성: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기준으로 300명 정도 됩니다. 계속 가입 신청도 들어오고 있고요. 인재 풀의 크기가 이렇다 보니 작업 페이지 내 상주 인원만 해도 대략 4~50명 정도가 꾸준히 작업 중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주말에는 접속 인원도 급격하게 늘어, 전체 작업량의 대략 20% 가량이 한번에 해치워지고는 합니다. 화력이 정말 무시무시해요.

영리 목적으로 구성된 팀이 아니라서, 한국어화 작업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팀원 간 의사소통이라던가, 내용을 취합해서 정리하는 것 등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

민성: 영리 목적으로 모였다면 오히려 훨씬 일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게임에 대한 애정 하나로 모인 팀원들이니 만큼, 작업에 임하는 동안 게임과 관련된 얘기 외에는 별다른 잡음도 갈등도 거의 없습니다.

‘폴아웃 4’ 한국어화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단순히 양 문제가 아니라, 텍스트를 추출할 때 오류가 생긴다거나 하는 부분 말이다. 듣기로는 ‘폴아웃 4’ 엔진에 ‘엘더스크롤: 스카이림’ 잔여 코드가 남아 있어서, 텍스트 추출 시 관련 대사가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던데.

바다: 아시다시피 ‘폴아웃 4’는 ‘엘더스크롤: 스카이림’에 사용된 엔진의 많은 부분을 재활용한 게임입니다. 물론 내부적으로나 구조적으로 엄청난 발전이 있지만, 기본적인 틀은 같아요. 대사 추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보니 구조 자체가 동일하더군요. 

대사 중에서 ‘엘더스크롤: 스카이림’의 대사가 일부 남아있었지만 다행히도 기술적인 문제가 생기는 부분은 없었어요. 문제라면 텍스트 인식 타입이 무작위 정수형식이라 분류가 불가능하다 판단했고, 그냥 더미도 같이 번역하는 중입니다만… 번역 중에 ‘소울젬’이나 ‘승마’(스카이림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관련 내용이 나오면 피가 거꾸로 솟기는 해요.

게임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단말기 '터미널'에는 주인공이 잠들어있던 200년 간의 기록이 남아있다. 스카이림에서 책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되는데, 양이 상당히 많아 보인다. 터미널도 모두 한국어화되는지 궁금하다.

민성: 모두 번역 중입니다. 게임에 제대로 몰입하려면 당연히 번역해야 하는 부분이지요. 이제 여러분도 핵전쟁 세계의 나사빠진 분위기에 취하실 수 있습니다!

바다: 게임 내에 텍스트로 보이는 부분들은 대부분 번역됩니다. 터미널은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어서 당연히 한국어로 번역해야죠. 하지만 게임 시스템이 적당하게 줄을 나누지 않고 모니터를 넘으면 텍스트가 잘려버리더라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꼼꼼한 검수가 필요할 것 같아요.


▲ 터미널까지 모두 한국어화되다니


▲ 핍보이 선택지 한국어화는 껌일 듯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현재 ‘폴아웃 4’ 한국어화 완성도는 어느정도까지 왔으며, 언제쯤 100% 마무리될 것 같은지.

민성: 23일 기준으로 85%가량 진행된 상태입니다. 이대로는 12월이 오기 전에 끝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질적인 완성도까지 추구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이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방법을 생각해냈으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배포 시기는 언제고, 배포 방법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 알려달라.

바다: 12월 안에 검수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배포할 생각입니다. 배포 방식은 아직 고민 중인데요. 베데스다에서 언제부터 모드에 대한 지원을 시작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우선은 단순히 텍스트 파일을 덮어쓰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모드에 관한 지원이 이루어지면 모드 형태로 배포할 예정이고요.

그리고 ‘엘더스크롤: 스카이림’ 한글패치 등과는 달리, 이번 패치는 정말 오랫동안 ‘폴아웃 4’만 잡으면서 사후 검수 및 관리를 맡을 예정입니다. 지금의 ‘엘더스크롤: 스카이림’ 패치는 배포 이후 번역을 다른 곳에서 수정하여 여러 패치로 나누어지거나 2차 배포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 정말 안타까운데요. 이번 ‘폴아웃 4’ 패치는 확실하게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폴아웃 4’ 한국어화를 진행하면서, 게임도 적잖게 플레이해봤을 것 같다. 게이머 입장에서 ‘폴아웃 4’는 어떠한 작품이라 생각하는가.

민성: 솔직히 100% 만족할 수 있는 후속작은 아닙니다. 그간 너무너무 재미있게 했던 시리즈였기에 기대가 굉장히 컸던 탓도 있고, 이번에 대대적으로 추가된 하우징 요소 자체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그랬던 것도 같습니다. 탐험은 재미있긴 한데 그냥 총 든 ‘엘더스크롤: 스카이림’ 같고요. 

헌데 툴툴거리면서도 하루종일 붙잡고 있는 것을 보면 베데스다 게임은 베데스다 게임인가 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어찌됐든 제가 정말 좋아하는 테마로 마음껏 탐험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줬다는 것 자체가 정말로 만족스럽습니다.


▲ 판타지와는 다르다, 판타지와는!

‘엘더스크롤’과 ‘폴아웃’ 시리즈처럼, 베데스다 게임은 한국어화된 전력이 없다. 베데스다 자체도 한국어화에 큰 흥미가 없는 것 같고, 국내 유통사들도 섣불리 한국어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처럼 유저들이 자원해서 한국어화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쉬운 부분은 없는가.

민성: 저 개인적으로는 영어로 게임하는 데에 별 지장이 없고, 한국어화 자체도 즐기는 부류이기 때문에 크게 아쉬운 점은 없습니다. 솔직히 한국어화가 국내 유통사에게 안겨주는 부담 역시 만만찮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굴 탓할 일이 아니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고요.

그리고 상황은 언제나 나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게임 시장 규모가 4위라고들 하더군요. 그것도 게임시장이 강세일 수 밖에 없는 미국과 일본, 중국을 빼면 나머지 국가들 사이에서는 혼자 1등인 셈이죠. 락스타나 2K, EA, 블리자드 등 한국에서 상당히 재미를 보았던 게임사들은 이제 괜찮다 싶은 타이틀마다 한국어판 정식 발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 시장의 매력이 충분히 어필이 되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게임 업계의 성장세가 계속된다면 게임 한국어화 발매의 종류나 규모는 계속 확대될 것이고, 베데스다 역시 언젠가는 한국 시장에 메리트를 느껴 한국어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겠지요. 시간 문제입니다.

향후에도 ‘엘더스크롤’ 신작이나 베데스다 타이틀이 한국어화되지 않는다면,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 있는가. 혹은, 현재 한국어화되지 않은 타이틀 중 작업 계획이 있는 작품이 있는지.

민성: 베데스다 신작 한국어화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폴아웃 4’만 해도 너무 막중하네요. 이런 대규모 팀 프로젝트를 다시 도맡아서 하라면, 지금 당장은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소규모 타이틀의 한국어화 작업은 개인적으로도 계속 진행할 겁니다. 

바다: 팀 왈도는 유동적인 팀입니다. 누구나 이름을 사용할 수 있으며 누구나 번역할 수 있어요. 지금 저희가 속해서 활동하고 있는 팀 왈도는 ‘폴아웃 4’ 번역만 잡고 있는 팀 왈도입니다. 이 팀은 ‘폴아웃 4’를 끝까지 집중해서 마무리할 예정이구요. 추후 차기작이 나온다고 해서 같은 멤버가 모일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기회만 된다면 도전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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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아웃 4 2015. 11. 13
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액션 RPG
제작사
베데스다
게임소개
‘폴아웃 4’는 베데스다 대표 타이틀 ‘폴아웃’ 시리즈 4번째 넘버링 작품으로, 전작과 마찬가지로 핵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된 포스트아포칼립스 세계를 배경으로 삼는다. 이번 작품의 주 무대는 보스턴 인근 지역으로,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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