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쌍이 그랬다. 나란 놈의 답은 너라고. 문득 게임이라는 단어에 얹어보니 그럴싸한 말이 되었다. 완성도란 놈의 답은 바로 QA다.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QA란 사실 답이 없는 업무다. 버그나 밸런스 등 게임개발 프로세스를 관리한다는 뚜렷한 목표는 있지만 100% 완벽한 프로그램이란 있을 수 없고 누구나 만족할만한 밸런스 역시 존재할 수 없다. 때문에 아무리 일을 잘해도 성과보다는 부족한 점이 더 눈에 띈다. 모니터링이라는 명목으로 유저들의 날것 그대로의 반응을 확인해야 하는 QA팀 입장에서는 더욱 씁쓸한 일이다. 유저들은 언제나 완벽을 원한다.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에서는 QA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스갯소리로 권력의 말단이라 불리는 QA는 기획이나 다른 개발파트에 비해 입김이 크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중견기업 소리를 듣는 개발사에서 신작이 나올 때마다 실수가 되풀이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QA팀에 노하우가 쌓이지 않으면 문제는 항상 발생한다.
▲하이원엔터테인먼트
조훈 QA파트장
하이원엔터테인먼트 조훈 QA파트장은 그런 점에서 회사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회사에서 QA팀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냐는 질문에 웃으며 답했다.
“뭐 제가 답변할 질문은 아닌 것 같은데요. 현재 10명 정도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회사에서 인력도 충원해주고 여러가지로 힘을 실어주시는 걸로 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웃음) 사실 일반적인 중소 업체에서는 QA팀 자체가 없고 GM팀에서 필요할 때 불러다가 QA를 진행하는 것도 많거든요. 저희 회사 규모에서 이정도 QA 인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한 일이죠.”
실제로 그렇다. 일반 중소 업체에서는 QA팀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 운영을 맡고 있는 GM팀에서 처리하거나 개발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보통이다. 회사 사정상 추가 고용 여력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사 자체에서 QA에 대한 중요성을 못 느끼는 이유가 가장 크다. 그래픽이나 프로그램 인력을 충원하면 콘텐츠 생산속도나 퀄리티가 올라가고 마케팅에 신경을 쓰면 동시접속자 수가 올라간다. 그러나 QA는 역할과 노력에 비해 수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 회사에서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절대 홀로 성장할 수 없는 업무다. 조훈 QA파트장은 우선 QA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개발초기부터 게임개발에 관여해 기획, 개발, QA가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버그 리포팅에 그치지 않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돼야 게임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신기한 게 의견이 충돌을 하는 분은 끝까지 충돌하고요. 잘 풀리는 분들은 계속 잘 풀려요(웃음). 일단 의견이 충돌하면 같이 게임을 플레이 해봐요. 그래서 작업에 크게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 부분이라면 기획팀에서 생각하는 사항과 QA팀에서 생각하는 부분을 따로 적용해서 각각 플레이해보고 서로 의견을 말하면서 조율을 하죠. 서로 대화를 통해 의견을 말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의견이 맞을지는 사실 게임이 나오기 전까진 아무도 모르거든요”
▲QA를
통해 게임의 방향이 조정된 디녹스
하이원엔터테인먼트 QA팀은 활동영역이 넓다. 내부 퍼블리싱 게임에 대한 QA 업무를 기본적으로 수행하면서 사업팀에서 진행하는 소싱게임에 대한 테스트도 함께 진행한다.
“다른 회사들처럼 테스팅 업무는 기본적으로 하고 있고요. 사업팀에서 진행하는 소싱 테스트도 함께 참여합니다. 사업팀에서 일단 게임을 하고 우리 쪽으로 넘어오는데 아무래도 인원이 많다보니 피드백도 다양할 수밖에 없어요.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죠. 사업팀이 바라보는 관점과 QA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일치하면 베스트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데 사업팀에서 좀더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겨서 피드백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꼼꼼함에 대한 자신감 때문일까? 하이원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11일과 22일에 자사의 퍼블리싱 게임 ‘디녹스’와 ‘세븐코어’를 2주 연속으로 비공개테스트를 진행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MMORPG를 연속으로 테스트한다는 것은 메이져 퍼블리셔에서도 보기 힘든 강행군이다. 하이원 노철 게임사업본부장은 “2주 연속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밝히면서도 “이를 통해 하이원 게임의 서비스 안정성과 맨파워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QA에 대한 믿음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 되어야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디녹스와 세븐코어에 대한 첫 느낌을 묻는 질문에 조훈 QA파트장의 꼼꼼함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디녹스(위)와
세븐코어(아래) 스크린샷
“디녹스 테스트를 먼저 했는데 기획자의 설명을 듣기 전에 먼저 해보고 들은 후 플레이를 해봤어요. 그 이유가 사실 대부분의 게임들이 기획자의 의도대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참 재미있거든요. 그런데 일반 유저들은 절대 그렇지 않으니깐 문제가 되는거죠(웃음). 다행이 디녹스는 기획자의 설명 그대로 대부분 일치해 다행이구나 생각했죠”
“일단 디녹스의 첫 느낌은 게임 안에 있는 콘텐츠가 굉장히 많다는 거였어요. 특정 콘텐츠에 편중된 게임이 아니라 육성, PVP 등 메인콘텐츠는 물론 부가 콘텐츠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상당한 분량을 자랑했죠. 그래서 각각 콘텐츠만 잘 연결해 준다면 괜찮은 게임이 나올 거라고 봤습니다. 또, PK를 메인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국내에서 PK 콘텐츠를 내세우는 게임은 많지만 이 싸우는 맛을 제대로 살린 게임은 드물거든요. 제가 개인적으로 PK를 좋아하는데 디녹스는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상당히 괜찮았어요”
“세븐코어는 탈것의 개념이 무척 강한 게임이었습니다. 타게임에서 탈 것은 이동수단 개념으로만 인식되는데 세븐코어는 탈것이라고 하기보다는 ‘펫’에 가까웠죠. 사실 이 펫 시스템도 요즘에는 일반적인 콘텐츠로 인식되면서 대부분 게임에 포함되어 있는데 세븐코어에서는 이동 수단은 물론, 사냥이나 전투에서 전략적으로 쓸 수 있는 상황이 많이 연출되서 무척 만족스러웠고, 일반 몬스터를 죽여서 펫으로 활용한다는 컨셉도 상당히 괜찮았어요. 일반적인 MMORPG를 경험한 유저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죠”
하이원 QA팀은 테스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중들에게 공개전 버그나 밸런스, 콘텐츠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과 두 번째는 테스트 때 직접 게임에 참여해 유저들과 함께 콘텐츠를 즐겨보는 것이다. 조 파트장은 후자가 QA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이 맞는 게 실제로 게시판에 글을 써주시는 분들의 정보가 상당히 도움이 되요. 테스트 동안 유저들과 같이 플레이를 하면서 많은 정보를 모으게 되는데 ‘정말 그럴까?’ 하는 반응들이 게시판에 화제가 되어 있으면 실감이 더 나죠. 또, 유저인척 길드에 들어가 게임에 반응을 물어보는데 이런 곳에서 나오는 정보가 진짜 게임에 도움이 되는 정보거든요. 우리 의도대로 흘러가는 콘텐츠가 있는가 하면 적극적으로 신경 썼는데 완전히 외면하는 콘텐츠도 많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하나씩 정리해놨다가 개발팀에 전달하고 다음 테스트에 또 반영을 하면서 완성도를 끌어 올리는 거죠”
조훈 파트장은 끝으로 다음 테스트에서 보여줄 ‘세븐코어’와 ‘디녹스’의 안정적인 테스트를 약속했다.
“유저들의 콘텐츠 소모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고 플레이 패턴도 다양해지면서 게임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에요. QA가 점점 중요해지는 것도 이 때문인데 개발팀에서는 이런 부분을 일일이 캐치하기 힘들기 때문에 유저와 개발자 사이의 연결고리를 QA가 책임져야 하는 거죠. 유저들의 의견을 왜곡해서 듣지 않는 것과 당장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구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세븐코어와 디녹스를 즐겨주신 유저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다음 테스트는 더욱 알차게 준비할 테니 꼭 다시 한번 찾아와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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