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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AI 센터장 "알파고 스타크래프트는 쉽지 않을 것"


▲ 왼쪽부터 엔씨소프트 AI센터 이준수 차장, 이재준 상무, 이경종 팀장


지난 3월에 진행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은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프로 바둑기사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알파고’의 실력은 ‘인공지능’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최근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대표가 구글에 인간과 알파고의 ‘스타크래프트’ 대전을 제의했다고 밝히며 게이머의 관심도는 더 높아졌다.

그렇다면 극적으로 ‘스타크래프트’로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전이 성사된다면 그 결과는 어떠할까? 엔씨소프트 AI센터 이준수 차장은 게임기자연구모임이 주최한 인터뷰 현장에서 제시된 이 질문에 “바둑은 턴제로 진행되며 한 수를 계산할 여유 시간을 준다"라며 “그러나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모든 상황이 실시간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바둑처럼 최적화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직 어렵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 이렇게 싸우는 와중에도 본진을 돌보고, 다음 테크를 생각하는 등
동시에 결정할 일이 많은 것이 '스타크래프트'의 특징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실제로 ‘스타크래프트’는 굉장히 신경 쓸 부분이 많다. 자원도 모으고, 병력도 뽑고, 사용할 빌드를 정하고 이에 대한 테크트리도 올려야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지전부터 대규모 전투까지 어떤 유닛을, 얼마나 조합해서 어떠한 전술로 싸워가야 하나를 고민해야 된다. 여기에 초반, 중반, 후반에 어떠한 전략을 사용해 상대를 무너뜨릴 것인지 방향성을 정해야 된다. 그리고 이 모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여기에 ‘바둑’은 16X16 바둑판에 돌을 놓는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후반으로 갈수록 수가 한정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유닛도 많아지고, 점령한 지역이나 관리해야 될 멀티도 늘어나며 수가 확장되는 방식이라 고려할 상황이 점점 많아진다. 만약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라면 오랜 경험을 토대로 1초도 안 되는 타이밍에 본인이 할 일을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동시에 터지는 상황을 얼마나 빠른 시간에 진행할 수 있냐가 관건으로 통한다.

엔씨소프트 이재준 상무는 “실제로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매년 AI 대회가 열리고 있다. AI끼리 ‘스타크래프트’로 대결하는 방식이다. 여러 참여자가 오픈 소스를 바탕으로 ‘스타크래프트’라는 문제를 풀어가는 AI를 만들고 대전을 통해 성능을 검증하는 식이다”라며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실시간으로 얼마나 많은 일을 집중해서 수행하며 최상의 선택을 뽑아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알파고’를 만든 ‘딥 마인드’가 ‘스타크래프트’를 다음 도전과제로 정한다면 어떻게 이를 풀어낼 지 궁금하다”라고 설명했다.


▲ 매년 열리는 '스타크래프트' AI 대회


▲ AI와 인간이 가지는 강점

이것도 인공지능이었어? 게임 속 곳곳에 퍼진 AI

‘알파고’에 사용된 핵심 기술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딥 러닝’, 또 다른 하나는 ‘강화학습’이다. 우선 ‘딥 러닝’은 방대한 데이터에서 특정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최적의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다. 이어서 강화학습은 목표 수행에 상벌을 주며 더 좋은 방법을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바둑’을 예로 들어 말하자면 ‘딥 러닝’은 방대한 대국 자료를 분석해 이 상황에 맞는 수를 찾아내는 것이며, 강화학습은 수많은 연습을 바탕으로 승리하는 방법을 익혀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강화학습’은 ‘블레이드앤소울’에 도입된 1:1 PvE 대전 ‘무한의 탑’에도 적용되어 있다. 이재준 상무는 “특히 ‘무한의 탑’에는 ‘강화학습’을 도입해 스스로 ‘승리’라는 보상을 얻는 방법을 찾아내도록 했다. 처음에는 ‘무작위로 공격 스킬을 사용하는 것’에만 집중해 효율적으로 싸우지 못했던 AI가 그래서 다른 AI와의 수많은 연습경기를 통해 ‘이기는 공격 방식’을 배우고 도망가는 적을 기절시켜 마무리하는 새로운 전술을 익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라고 말했다.


▲ '블레이드앤소울'의 '무한의 탑' AI는 '강화학습'을 토대로 싸우는 법을 익혔다


▲ 처음에는 단순 공격밖에 못하던 AI가 수많은 연습경기를 거치며
효과적인 전술을 익히고, 도망가는 적을 기절시키는 등 '이기는 방법'을 배워간다
(영상출처: 엔씨소프트 공식 블로그)

수많은 연습을 통해 ‘무한의 탑’은 AI가 아니라 진짜 사람과 대전하는 듯한 재미를 전달하는 콘텐츠로 완성됐다. ‘무한의 탑’의 경우 ‘알파고’가 부상하며 특이 케이스로 종종 소개되었는데 사실 ‘게임 AI’는 알게 모르게 곳곳에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와 같이 PvP를 중심으로 한 게임에는 연습경기를 위한 AI 모드가 있다. 이 외에도 MMORPG에서 길을 찾아주는 내비게이션이나 모바일게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자동사냥도 AI의 일종이다.

이경종 팀장은 “예를 들어 ‘매치메이킹’도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나의 전적이나 실력을 확인하고 그와 비슷한 상대를 검색해 서로 대전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은 사람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인공지능은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매칭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최근 ‘야생의 땅: 듀랑고’에 적용된 ‘음성채팅’ 역시 음성에 맞는 단어를 찾아내 보여주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기능이다.


▲ 게임 AI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곳곳에 있다


▲ 게임 AI 기술은 해결해야 되는 과제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그렇다면 게임업계가 생각하는 궁극의 게임 AI는 무엇일까? 이 상무는 ‘펀(Fun) AI’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즉, 사람과 재미있게 놀아주는 인공지능인 것이다. 그는 “어떻게 이야기하면 ‘접대골프’와 같은 AI가 최상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접대골프’를 정말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판을 잘 읽을 줄 알아야 되며 ‘일부러 봐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상대를 이기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 상무는 “지는 것을 좋아하는 게이머는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너무 시시한 상대에게 이기면서 만족하는 사람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유저와 재미있게 놀아주기 위해서는 아슬아슬하게 져주면서 게이머가 통쾌함을 느끼게 해야 한다.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게이머가 ‘왜 졌는지’에 대한 이유를 분명히 알게 해서 다음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라며 “게임 AI의 목표는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잘 져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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