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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스테인드' 체험기, 악마성 드라큘라의 진한 피가 흐른다


▲ 악마성 드라큘라의 진한 피가 흐른다, 블러드스테인드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지난 21일, 화제의 신작 ‘마이티 넘버 9’이 국내 정식 발매됐다. 3년전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가 추진한 크라우드펀딩의 결과물이다. ‘마이티 넘버 9’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만해도 캡콤이 저버린 ‘록맨’의 진정한 후계자가 탄생한다는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수많은 이들이 옛 명작에 대한 향수와 애정을 담아 후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어느덧 약 400만 달러(한화 40억 원)가 모였다.

막대한 후원금은 전세계 ‘록맨’ 팬덤의 강렬한 열망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러나 3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마이티 넘버 9’은 팬들이 기대하는 그런 작품이 아니었다. 시대착오적인 시스템과 디자인, 얄팍한 게임성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고, 세 차례나 발매를 연기하며 괘씸죄까지 추가됐다. 보다 자세한 평가는 본지 리뷰(마이티 넘버 9, 벡은 ‘록맨’이 아니었다)로 갈음한다.


▲ 실망스러운 완성도를 보여준 '마이티 넘버 9'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마이티 넘버 9’의 실패는 다른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끼쳤다. ‘명공은 시대를 타지 않는다’는 믿음이 깨지자 왕년 스타 개발자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이 일었다. 대표적으로 이가라시 코지 ‘블러드 스테인드’와 스즈키 유 ‘쉔무 3’가 도마 위에 올랐다. 둘 다 모금이 끝나 낙장불입인지라 후원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한번 ‘먹튀’가 나온 이상 또 같은 문제가 터지지 않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아직 개발 준비 단계인 ‘쉔무 3’는 제쳐두고, 이번 E3 2016에서 ‘블러드 스테인드: 리추얼 오브 더 나이트’를 직접 플레이해볼 수 있었다. 펀딩 개시로부터 1년 남짓, 이가라시 코지에 따르면 전체적인 진척도는 10% 정도란다. 이 시점에서 세계적인 무대 E3에 시연 버전을 들고나온 것은 자신감의 표출일까. 출시 직전까지 실태를 숨기느라 급급했던 ‘마이티 넘버 9’과 비교해 꽤나 호기롭게 느껴졌다.

친자 확인 끝, 악마성 드라큘라의 혈통이 분명하다

‘블러드 스테인드’는 과거 코나미에서 명작 횡스크롤 액션어드벤처 ‘악마성 드라큘라(해외명 캐슬바니아)’ 시리즈를 개발한 이가라시 코지의 신작이다. 그는 이나후네 케이지와 마찬가지로 회사와 마찰을 빚고 독립하여 팬들의 후원을 받았다. 국내에는 ‘마이티 넘버 9’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악마성 드라큘라’가 대인기인 서양에서 큰 호응이 있었고, 최종 모금액은 약 55만 달러(한화 61억 원)에 달했다.


▲ 컨셉을 한껏 살려() 후원을 종용하는 이가라시 코지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이가라시 코지의 포부는 단순 명료했다. ‘록맨’의 후계자를 내세운 이나후네 케이지처럼 ‘악마성 드라큘라’를 계승할 신작을 만들겠노라 선언했다. 1986년 첫 선을 보인 ‘악마성 드라큘라’는 고딕 호러풍의 독특한 분위기와 완성도 높은 레벨 디자인,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난이도로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다. 그러나 결코 대중적인 게임은 아니었고, 횡스크롤의 시대가 저물어감에 따라 코나미는 이 시리즈를 애물단지처럼 여기게 됐다.

여기까지는 흡사 ‘마이티 넘버 9’의 출신 배경을 되짚어보는 듯하다. 그러나 첫 스테이지부터 형언할 수 없는 허술함이 느껴지는 ‘마이티 넘버 9’과 달리 ‘블러드 스테인드’는 ‘악마성 드라큘라’다운 어둑하면서도 고풍스러운 기운이 가득했다. 시연 버전에서는 고성이 아니라 웬 선박을 돌아다니느라 감흥이 덜했지만, 그래도 주인공 ‘미리암’과 괴물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 고풍스러운 디자인이 돋보이는 주인공 '미리암'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악마성 드라큘라’ 팬이라면 아마도 ‘미리암’을 조작하자마자 탄성이 나올 것이다. 캐릭터와 배경을 모두 3D화 했음에도 2D 시절의 부드러우면서도 살짝 무거움 움직임을 고스란히 재현해냈다. 다만 어딘지 모르게 느리고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정작 옛 ‘월화의 야상곡’과 일대일로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없다. 이는 휴대용 게임기 시절보다 화면이 훨씬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캐릭터가 굼떠 보이는 탓이다.

아울러 ‘악마성 드라큘라’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거미줄처럼 얽힌 레벨 디자인도 썩 괜찮아 보였다. 좌우뿐 아니라 상하 공간까지 적극 활용한 맵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재미는 분명 ‘악마성 드라큘라’를 빼닮았다. 문제는 워낙 초반 지역이라 제대로 탐험을 즐길 건더기가 별로 없었다. 우중충한 선박보다 고성 부분을 잘라내 보여줬다면 좋았겠지만… 이제 겨우 10% 만들었다니 별수가 있나.



▲ 시연은 협소한 선박이 무대라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맵을 탐험하며 얻은 장비로 캐릭터를 강화해가는 시스템도 건재하다. 시연에서는 저마다 고유한 공격 방식을 지닌 ‘롱소드’와 ‘쿵푸 슈즈’를 비롯해 ‘헤어밴드’ 등 몇몇 방어구도 찾아볼 수 있었다. 괴물을 처치하고 마법 능력을 흡수하기도 했는데, 전반적으로 딱 봐도 초반용이라 큰 감흥은 없었다. 전투 감각은 기본적인 타격부터 백대시 캔슬까지 ‘악마성 드라큘라’ 그대로. 그저 트레이드마크인 ‘채찍’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블러드 스테인드’만의 특징으로는 ‘샤드(Shard, 조각)’가 있다. 적을 제거하면 일정 확률로 보석 조각 같은 것이 날아와 박히는데 이를 통해 새로운 능력이 개화된다. 사실 ‘악마성 드라큘라’에서 상대의 능력을 빼앗는 것은 그리 새로울 것도 없지만 이번 작에서는 배경설정과 얽혀 그 비중이 크게 늘었다. ‘샤드’를 흡수하는 ‘미리암’ 주변에 스테인드 글라스가 장식되는 연출은 왜 이 게임이 ‘블러드 스테인드’라 불리는지 짐작케 한다.


▲ 여전히 탐험을 통해 장비를 갖추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 '미리암'이 '샤드'을 흡수해 능력을 개화하는 모습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다만 효자일지 후레자식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이 정도면 후원자들이 오늘밤 불안을 떨쳐내고 숙면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허나 기자의 여린 마음이 ‘마이티 넘버 9’에게 입은 상처로 굳게 닫혀버린 탓일까, 20분짜리 시연으로 너무 많은 것을 긍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블러드 스테인드’가 보여준 뛰어난 디자인과 콘텐츠 얼개는 ‘악마성 드라큘라’의 혈통이 분명하지만, 아직은 자랑스러운 효자가 될지 후레자식으로 전락할지 알 수 없다.

‘블러드 스테인드’는 이제 막 데뷔전을 치렀을 뿐이다. 여전히 특유의 진입장벽이 느껴지긴 하지만 팬들이 염원하던 과거의 손맛을 살려낸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여기에 앞으로 더욱 다양한 장비와 흥미로운 적, 복잡다단한 맵이 더해진다면 정말로 시리즈의 부활까지도 노려볼만하다. 필자 또한 누구보다 ‘악마성 드라큘라’의 진정한 후계자를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리뷰에서 지나친 호평은 삼가도록 하겠다. 부디 이가라시 코지가 마지막까지 건투하길 바라 마지않는다.


▲ 고성을 묘사한 컨셉 아트, 어서 이런 콘텐츠가 나오길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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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액션
제작사
인티크리에이츠
게임소개
‘블러드스테인드: 리츄얼 오브 더 나이트’는 코나미의 대표 타이틀 ‘악마성’ 시리즈를 탄생시킨 이가라시 코지의 신작으로, ‘악마성’ 시리즈의 게임성을 계승한다. 게임은 고딕풍 세계를 무대로, 악마에게 침식당하고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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