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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심의 시작부터 삐걱, 여명숙 위원장 "법 자체에 문제 있다"


▲ 게임물관리위원회 여명숙 위원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올해 1월 1일부터 게임사가 직접 게임을 심의해 출시하는 자율심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게이머나 업계가 이를 실감하기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관련 실무를 맡고 있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6월이 되어서야 자율심의를 맡을 사업자가 지정된다. 여기에 사업자만 정한다고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각 사업자가 진행한 심의 결과를 게임위와 공유할 ‘업무처리 시스템’도 만들어야 하는데 게임위는 오는 12월이 되어야 시스템 구축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시 말해 게이머가 게임업계가 피부로 자율심의를 느끼기 위해서는 12월이 되어서야 가능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늦어지는 것일까? 2017년 1월 1일에 자율심의가 시작되고, 시스템 오픈에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면 최소 6개월 전부터라도 준비해 사업자라도 정해놓는 것이 게임위가 할 일이 아니었을까? 이에 대해 게임메카는 게임위 여명숙 위원장을 만나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여 위원장은 1월 16일에 진행된 ‘자율심의 사업자 지정 관련 간담회’ 현장에서 “시스템 구축에 대해서는 문체부와 아직 협의가 안 된 상태다. 구체적인 예산 배정도 안 되었고 언제쯤 얼마가 배정될지 기약이 없어서 저희도 난감하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게임위는 추후 진행에 따라 추가 예산이 필요한 경우 문체부와 이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물리적인 한계도 있다. 게임위는 2017년 1월 1일에 맞춰서 ‘자율심의’를 시작하고 싶었다면 적어도 2016년 7월 1일에는 시스템 구축을 위한 하위 법령이 있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2016년 12월 30일이 되어서야 발표가 됐으며 게임위는 물론 자율심의를 고려 중인 게임사도 지금부터 필요한 것을 준비해야 되는 상황이다.


▲ 1월 1일에 맞춰서 자율심의가 시작되려면
작년 7월에는 하위법령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게임위의 입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에 대해 여명숙 위원장은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주선 의원실은 물론 문체부와도 법이 국회에 통과되기 전까지 아무런 소통이 없었다”라며 “지금도 문체부에서 예산을 줄 것이라 믿고 지침을 만들어 배포하고 사업자 의견을 들으려 한다. 그러나 시스템이라는 것이 금방 나오는 것도 아니고 개발이 지연될 수도 있다. 또한, 어느 정도 안정화한 다음에 공개해야 되는데 이게 세 달이 걸릴지 6개월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이 상태로는 업체에 부담만 주는 것이기에 연기하자고 공문을 보낸 바 있으나 아직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여 위원장의 말을 종합해보면 예산도 마련되지 않았고 ‘자율심의’ 법은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은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시작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게임위 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율심의를 맡을 게임사 혹은 구글, 애플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와 같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서로 의견을 나눌 시간도 충분해아 한다. 여기에 게임위와 사업자가 온라인으로 업무를 처리할 연계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도 협의해야 한다. 즉, 수많은 논의를 거쳐서 '자율심의' 시스템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장담하기 어렵다.


▲ 자율심의는 게임위와 사업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제도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면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확정된 지금은 어떨까? 현장에 나온 사업자 입장에서도 다양한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MS의 경우 ‘사업자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제 2의 게임위가 되라는 것처럼 들린다. 게임위가 진행하는 업무의 축소판인 것처럼 보인다’라며 자율심의가 사업자에 너무 과한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구글코리아는 글로벌 사업자가 법을 준수할 수 있는 여유 기간을 확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구글의 경우 글로벌 게임 심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국제등급분류연합에 가입되어 있으며, 이에 맞춰 구글 플레이에 출시되는 모바일게임을 심의하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구글은 글로벌 사업자라 시스템 마련을 위해서는 본사 기술진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에 대한 유예기간을 확보해줬으면 한다’라며 ‘구글의 경우 게임 출시 물량도 많기에 이에 대한 책임도 느끼고 있다. 따라서 구글 때문에 일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 좀 더 깊이 있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 준비해야 되는 서류만 이만큼이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여명숙 위원장은 현장에서도 “사실 게임위에서 목표로 하는 바는 자율적인 관리 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게임을 빠른 시간 안에 유통할 수 있게 되고, 유저 입장에서도 좋은 게임을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법을 제공하고 싶다”라며 “따라서 업체 부담을 줄이고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잘 만들어야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해진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장에서 여 위원장은 각 사업자 관계자에게 불만사항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을 거듭 요청했다.


▲ 간담회 현장에서 업체의 의견을 듣고 있는 여명숙 위원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또한 법 자체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 여명숙 위원장의 의견이다. 여 위윈장은 “법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연매출 1,000만 원 기록을 기본 요건으로 하고 있다. 이 부분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매출액을 좀 더 상향할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며 “법에서 정하는 기본 요건은 연 매출 1,000만 원이지만 업무에 필요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몇 억, 몇 십억씩 비용이 든다. 즉, 하위법이 상위법을 넘어서는 옥상옥의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잘못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여 위원장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자율심의’란 무엇일까? 그는 “21세기에 게임 하나를 심의 받으려면 20일이 넘게 걸리고, 이를 국가가 심사하는 구조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며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를 사전에 법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구조다. 게임 자체는 사업자 자율로 열어주되 사행성이나 선정성과 같은 부분을 시스템적으로 강하게 차단하는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콘텐츠를 출시 전에 막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열어주되 불법행위를 강력하게 차단하는 사후관리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맞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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