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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행사, 넥슨 '네코제' 만든 7인의 어벤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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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회사_직원의_흔한_책상_jpg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넥슨의 '네코제'가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네코제’에 대한 내용이 보도된 후 트위터에는 ‘넥슨에서 코믹 같은 행사를 한다더라’라며 기대된다는 트윗이 종종 눈에 띄었다. 게임회사에서 동인행사를 직접 연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으로 보인다.

'네코제'에 대한 반응을 보며 기자는 '네코제'를 만드는 사람이 궁금해졌다. '덕후 마음은 덕후가 잘 안다'는 말처럼 '네코제'를 만드는 사람도 넥슨 안에서 상당한 '덕력'을 가진 사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네코제를 만드는 넥슨 직원의 ‘덕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기자는 우선 넥슨 홍보팀에 전화를 걸었다.

Q: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입니다. ‘네코제’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어서 연락을 드렸는데요, 혹시 ‘네코제’를 준비하시는 넥슨 직원 분들의 ‘덕력’은 어느 정도죠?

A: 일단 ‘네코제’는 넥슨 콘텐츠사업팀에서 담당하고 있어요. 사실 그 팀 팀장님은 노멀이신데 직원 분 중에는 ‘덕력’이 상당한 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펜 덕후’라던가……

Q: 펜 덕후요?

A: 특정 브랜드에, 특정 제품에, 특정 색의 펜만 선호하는 사람을 ‘펜 덕후’라고 합니다.

순간 기자에게는 촉이 왔다. ‘네코제’ 담당자의 덕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이들이 만드는 ‘네코제’가 어떤 행사가 될지를 궁금해진 것이다. 이에 게임메카는 ‘네코제’를 직접 운영하는 넥슨 콘텐츠사업팀 7명을 직접 만나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덕후가 만드는 동인행사, 네코제는 어떤 모습일까?

동인행사를 만들기 위한 어벤저스가 모였다

‘네코제’를 운영하는 넥슨 콘텐츠사업팀은 총 7명이다. 조정현 팀장을 위시해 권용주 파트장, 곽기민 과장, 김지선 과장, 박주영 과장, 김지선 대리, 김정미 대리가 소속되어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 놀랐던 점은 성비다. 7명 중 조정현 팀장과 곽기민 과장 두 명만 남성이고 다섯 명은 여성으로 여성 비중이 높았다.


▲ 넥슨 콘텐츠사업팀은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또 하나 놀란 점은 이들의 관심 분야가 ‘게임’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지선 대리는 넥슨 입사 전에 죽어가던 쇼핑몰을 ‘대박 쇼핑몰’로 살려낸 경험이 있다. 이 외에도 ‘겨울왕국’이나 ‘포켓몬스터’, ‘미키마우스’와 같은 캐릭터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며,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넥슨에 입사해 ‘네코제’에 합류하게 된 경우도 있다. 서브컬처에 대해 공부하다가 ‘서브컬처를 즐기는 사람’ 자체를 탐구하는데 재미가 붙은 직원도 자리하고 있다. ‘네코제’에 오기 전에 ‘넥슨 작은 책방’과 ‘어린이재활병원 지원’과 같은 넥슨의 사회공헌 영역에서 활동하던 사람도 있다.


▲ 넥슨 사회공헌팀에서 일했던 곽기민 과장(좌)와
죽어가던 쇼핑몰을 살려낸 경험을 지닌 김지선 대리(우)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들이 만드는 ‘네코제’는 ‘겜덕이 만드는 동인행사’ 그 이상이었다. ‘네코제’에 필요한 각 분야의 ‘덕’이 모였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어떻게 보면 ‘네코제’를 위한 어벤저스가 모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구성원은 행사의 볼륨을 키워준다. 게임 하나에 집중하면 ‘네코제’ 역시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 게임도 중요하지만 게임 굿즈를 만드는 유저, 그리고 이 굿즈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초점을 맞춘 ‘네코제’는 ‘게임’ 이상의 영역 확장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향에 맞춰 ‘네코제’도 점점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처음에 ‘네코제’는 1년에 두 번씩 열리는 야외 장터로 출발했다. 유저들이 야외에서 만나 서로가 만든 ‘게임 상품’을 사고 파는 것이다. 그런데 작년부터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지스타에 맞춰 유저들이 직접 게임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회 ‘네코제의 밤’이 열렸고, 올해에는 팬아트나 인형, 피규어와 같은 ‘금손 유저’의 상품을 온라인으로 사전 주문해 제품으로 받는 크라우드 펀딩 ‘네코장’이 시작됐다. 야외 장터로 출발했던 ‘네코제’가 음악회로, 온라인 상점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네코제 하고 싶어서 넥슨에 다시 왔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넥슨에서 ‘네코제’가 시작됐을까? 이 기획을 처음 낸 권용주 파트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권 파트장은 “본래 서브컬처에 관심을 가지다가 이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사람들이 왜 이것을 좋아할까’, ‘왜 갑자기 안 하던 행동을 할까’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에 관련된 도서관에도 가보고, 건축물을 보러 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생각난 점이 ‘1인 창작자’다. 그 전에도 ‘1인 창작자’는 많았지만 3년 전만 해도 이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넥슨이 이들을 주목하는 행사를 개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 '서브컬처를 즐기는 사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권용주 파트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1인 창작자를 주목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 현재의 ‘네코제’라는 설명이다. 넥슨 조정현 팀장은 “직원마다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아주 다양하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회사의 ‘일’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게 잘 정리하여 경영진에게 전달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팀에서 가장 평범한 제가 맡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조 팀장의 말처럼 ‘게임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넥슨 곳곳에 오래 전부터 있었다. 넥슨 입사 전 출판업계에 몸을 담았던 김지선 과장은 “본래 출판사에 있다가 넥슨에 입사하며 학습만화나 ‘메이플스토리’ 만화, 아트북 등을 작업했다. 그 과정에서 책 외에도 다양한 ‘게임 상품’을 선보이고 싶어서 기획도 올려봤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던 아이디어가 콘텐츠사업팀이 생기며 현실화할 가능성이 생겼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넥슨 직원이 생각하던 ‘게임 굿즈’에 대한 아이디어가 집결된 곳이 ‘네코제’ 그리고 ‘콘텐츠사업팀’이다.

직원 중에는 넥슨을 떠났다가 ‘네코제’를 하고 싶어서 돌아온 사람도 있다. ‘마비노기 영웅전’ 헤비 유저였다고 본인을 소개한 김정미 대리가 그 주인공이다. 김 대리는 “‘마비노기 영웅전이 너무 좋아서 유럽 서비스 담당으로 넥슨에 입사해 근무를 하다가 개인 사정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런데 해외에서 ‘네코제’에 대한 소식을 듣고 너무나 해보고 싶은 마음에 다시 입사했다”라고 말했다.

조정현 팀장은 김 대리가 면접을 보던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부연설명에 나섰다. 조 팀장은 “그 때 면접을 보며 감동적이었던 부분이 ‘회사에 와서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답변이었다. 당시 이 친구는 ‘그렇다면 이 회사에 오지 않겠다’고 강하게 답했던 것이 생각난다”라고 밝혔다.


▲ '네코제'를 하고 싶어 넥슨에 돌아온 김정미 대리(좌)와
면접 당시 상황을 설명 중인 조정현 팀장(우)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자리에 가면 온통 피카츄더라, 네코제 담당자의 덕력은?

여러 이야기를 듣다가 중요한 부분을 잊고 있었다. ‘네코제’ 담당 직원들의 ‘덕력’은 어느 정도일까? 2014년에 개봉한 ‘겨울왕국’에 폭 빠져들었다는 김지선 과장은 개봉 당시 10번 이상, 각기 다른 영화관에 찾아가서 ‘겨울왕국’을 보았다고 한다. 극장 설비에 따라서 사운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를 모두 들어보고자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세계 3,000장만 출시된 ‘작곡가 사인이 든 겨울왕국 OST LP판’을 사기 위해 예약이 시작되는 새벽까지 잠을 안 자고 기다리기도 했다고.

이러한 그의 또 다른 관심사는 ‘포켓몬스터’다. 김지선 과장의 자리는 온통 ‘피카츄’ 인형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 직원들의 증언. 이에 대해 김 과장은 “피카츄는 ‘덕질’이라기보다 힐링템에 가깝다. ‘네코제’ 준비로 너무 바빠서 사실 지금 ‘휴덕’ 중인데 자리만이라도 뭔가 조금 마음이 안정되는 ‘힐링 테마’로 꾸미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정현 팀장은 “김지선 과장은 작년에 인사고과를 높게 줘서 연봉이 크게 뛰었다. 그런데 갑자기 ‘피카츄’를 사는 양이 늘어나더라. 이를 두고 ‘월급 올려줘 봤자 피카츄 사는 양만 늘어날 것이다’라는 농담이 돌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마비노기 영웅전’ 헤비 유저였다고 본인을 소개한 김정미 대리는 ‘미키마우스’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김 대리는 “미키마우스를 비롯한 디즈니 캐릭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넥슨의 경우 취미활동에 쓸 수 있는 ‘마일리지 포인트’를 주고 있는데 이것을 활용해 69센티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미키마우스 피규어를 하나 구매했다. 앞치마나 마우스패드와 같은 생활 잡화를 살 때도 이왕이면 ‘미키마우스’가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여행 덕후’도 있다. 넥슨 입사 전에 일본 광고 회사에서 일하다가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빠졌다는 박주영 과장이 그 주인공이다. 박 과장은 “저에게 힐링템은 ‘여행’이다. 일본에는 1년에 서너 번씩 가며 유럽에도 방문한다. 그 과정에서 해외에서 열리는 콘서트나 전시회를 보고, 이를 어떻게 ‘네코제’에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즉, 여행을 다니며 겪은 새로운 문화 활동에 대한 경험을 ‘네코제’에 녹여내고 싶다는 것이다. 유저 연주자를 섭외해 작년에 진행한 넥슨 게임 음악회 ‘네코제의 밤’도 박주영 과장의 아이디어였다.


▲ 본인의 관심 분야에 대해 이야기 중인 넥슨 김지선 과장(좌)와 박주영 과장(우)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콘텐츠사업팀 자리도 범상치 않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네코제’ 담당자가 만들고 싶은 게임 굿즈는?

올해 시작된 ‘네코장’의 핵심은 온라인 주문이다. 이번에 펀딩에 성공한 ‘빵토니 인형’을 예로 들어보자. ‘빵토니 인형’은 ‘던전앤파이터’ 유저 웹툰 작가 ‘디로나’가 만든 캐릭터 ‘빵토니’를 인형으로 제작한 것이다. 이 ‘빵토니 인형’을 ‘네코장’에 올린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네코장’ 홈페이지에 ‘빵토니 인형’을 만든다고 올린다. 이와 함께 이 제품에 대한 ‘모금’을 시작한다. 이후 목표로 한 ‘모금액’을 달성하면 이 제품을 실제로 만들어 모금에 참여한 유저들에게 보내는 것이다.




▲ 원하는 '굿즈'에 대한 모금을 진행하고,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 제작되는
크라우드 펀딩이 바로 '네코장' (사진제공: 넥슨)

즉, ‘네코장’은 ‘유저 굿즈’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과연 ‘네코제’를 운영하는 넥슨 직원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 굿즈’는 무엇이 있을까? 각 직원에게 ‘네코장’ 혹은 ‘네코제’에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자유롭게 들어봤다.

곽기민 과장: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테일즈위버’나 ‘메이플스토리’ OST 앨범을 만들고 싶다. 더 나아가서 게임 음악으로 진행되는 자생적인 콘서트를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다. 일본은 ‘게임 음악’으로 열리는 자생적인 콘서트가 많은데 한국에도 그러한 콘서트가 있었으면 한다.

김지선 대리: 요즘에 페스티벌 자체에 관심이 많아서 ‘네코제의 밤’을 색다르게 꾸미고 싶다. 가령 낮에 하는 ‘네코제’는 어린 친구들도 참여할 수 있는 ‘전체 관람가’ 행사다. 그렇다면 밤에 열리는 ‘네코제의 밤’은 성인 유저를 대상으로 하여 가볍게 맥주 한 잔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행사로 꾸며보는 것도 색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김지선 과장: 사실 ‘클로저스’ 상품 중 현재 내부에서 준비 중인 ‘굿즈’가 있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클로저스’ 캐릭터를 작은 피규어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라고 생각하고 있다. 단순히 세워놓고 구경만 하는 피규어가 아니라 관절도 움직이고, 다양한 옷도 갈아 입힐 수 있는 형태로 만들면 좋겠다. 또한 굿즈 외에도 게임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분들이 모이는 작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 연말에 유저 아티스트가 모여서 서로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으면 한다.

박주영 과장: 게임 안에서 ‘집’을 만드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2’가 나올 때도 하우징에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게임 속 집을 ‘미니 하우스’로 만들어 보고 싶다. ‘메이플스토리 2’나 ‘마비노기’의 NPC 방이나 유저가 만든 방을 ‘작은 방’ 형태로 만들고 그 안에 캐릭터와 가구를 넣어서 꾸밀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권용주 파트장: 회사를 나간 후에라도 하고 싶은 오랜 소망은 유저 아티스트를 위한 작은 공방이나 아틀리에를 운영하는 것이다. 같은 유저 아티스트라도 제작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이들이 모여서 서로 노하우도 공유하고, 몰랐던 정보고 공유하는 조그마한 공간이 있으면 한다. 유저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게임 굿즈’를 만드는 과정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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