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더 티어 원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로 유명한 크래프톤에서 제작한 슈팅 게임인 만큼 발표 당시부터 배그와 여러 모로 엮이곤 했다. ‘배그의 탑뷰 버전이 아니냐?’라는 부정적 의견부터, ‘배그의 슈팅 노하우를 잘 녹인 듯’ 같은 긍정적 의견까지. 여기에 ‘탑뷰 슈팅’이라는 다소 마이너한 장르적 특성도 더해져, 사실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실제 플레이에 들어갔지만, 싱글플레이 까지만 해도 그리 특별한 재미를 느끼진 못했다. 그러나, 멀티플레이에 돌입하고 나니 크래프톤이 소개한 썬더 티어 원의 고유한 장점이 잘 느껴졌다. 확실하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썬더 티어 원’은 배그와 전혀 다른 ‘썬더 티어 원’이라는 것이다.
대테러 부대, 썬더의 1급 요원이 되는 과정
썬더 티어 원의 첫 인상은 시대적 배경과 비슷한 시점인 윈도우 NT를 연상케 하는 각진 UI였다. 좋게 보면 고전게임 감성이었고, 나쁘게 보면 거칠고 투박했다. 상단 메뉴에 직관적으로 적혀있는 튜토리얼은 조작법을 알려주는 기본 훈련과 AI 조종을 알려주는 지휘 훈련으로 나누어져 있다. 튜토리얼 진행은 다소 선형적이며 키 배치도 일반적인 슈팅 게임과 비슷하다. 지시하는대로 천천히 따라가 보면 조작에는 금세 익숙해진다. 그러나 불편함은 AI 조종에서 시작됐다.
우선 AI 조작법의 감을 잡기 위해 AI 부대원과 함께 캠페인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ALT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쉬울 거라 생각했지만, 조작이 쉽다는 것이 원하는 대로의 움직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간과했다. ‘전략’을 중심으로 진행해야 하는 게임인데, 게임 속 AI 부대원의 지능은 처참했다. 단체 명령을 내리면 서로 부딪치며 위치를 잡지 못했고, 개별 명령을 내리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기 보다는 서로가 따로 놀 뿐이었다. 적 앞에서 너무도 쉽게 등을 내줘 작전 중에 사망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이들과 수영장에 간 유치원 선생님의 기분이 어떨 지 알 것 같았다. 하나하나 모든 AI들의 위치를 잡아주고 수정하며 여러 번의 지시를 반복적으로 이행하다 보니 절로 템포는 늘어지고 긴장감이 사라졌다.
물체와의 상호작용이 부드럽지 못 한 시점에서 AI 부대원이 상황에 맞지 않게 움직이며 발생하는 각개적인 돌발 상황도 작전의 성공률을 낮추는 주 요인이었다. 더군다나 부대원이 처치한 적과 겹쳐있을 경우에는 대상 지정도 힘들 뿐더러, 무언가를 줍거나 위치를 이동하는 컨트롤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30분 정도 시도를 하다가 AI 부대원들은 전부 잔당 제압용으로 사용하고 대부분의 작전은 혼자서 해내기로 했다. 실제로, AI 부대원을 이용하는 것보다 후위로 물린 뒤 소음기를 단 총기로 하나하나 직접 제거하는 것이 훨씬 편리했다.
썬더 티어 원의 매력은 멀티플레이에서 발휘된다
혹시 게임성이 AI에게 묻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결국 싱글 캠페인을 내려두고 멀티플레이로 시선을 옮겼다. 싱글에서는 알아챌 수 없었지만, 멀티플레이에서는 위치에 핑이나 음성 채팅을 사용할 수 있어 훨씬 더 능동적이고 유동적인 플레이가 가능했다. 이 기능을 튜토리얼에서 제대로 묘사해주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설명이 없어 모르는 플레이어가 제법 많다.
협동 캠페인을 하면서 실력에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전술하다시피 썬더 티어 원은 기본적으로 ‘전략’을 우선시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본인의 명중률이 좋지 않다면 먼저 시야를 확보해 적이 알아채기 전에 처리할 수 있는 저격수를 선택해도 좋고, 혹은 아예 중갑을 두른 화력 기반의 돌격병이 되어도 좋다. 확실한 것은 ‘고의적’인 트롤만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말 총기 사용에 자신이 없다면 연막탄이나 폭탄, 도구와 구급상자 등을 중점적으로 챙기는 보급병이 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AI 컨트롤 없이 오로지 주어진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몰입도는 올라간다.
캠페인을 진행하는 동안 사망할 경우에는 부활할 수 없지만, 사망했다고 게임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도 아니기에 남들보다 못하거나 일찍 죽는 것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죽고 난 뒤로는 항공뷰로 보이는 지도에 마크를 찍어 살아있는 팀원과의 소통이 가능하다. 항공뷰는 단순히 시야를 확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열 감지 카메라를 이용해 숨어있는 적이 어디로 이동하고 엄폐하는지 등도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죽고 나서도 지속적인 소통과 대화로 계속해서 전략적 요소를 즐길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내가 죽으면 끝나는 싱글플레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장점이기도 하다.
이런 소통의 지속은 PvP에서도 적용이 되는데, 지정된 포인트에서 리젠되는 적을 곧바로 처치하기 위해 대기 중인 사람이 있다는 것이나 포인트를 알려주는 일 등이 가능하다. 안전한 리젠이 가능하도록 중간에서 상대를 끊어주고, 처치된 대상이 자신을 처치한 대상의 위치를 알려주자 빠른 템포로 사망과 부활이 반복되며 일방적인 공격과 방어에 그치지 않고 전술과 소통이 원활한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 진행됐다.
멀티플레이는 권장이 아닌 필수
썬더 티어 원은 여전히 유저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대부분의 콘텐츠를 4인 만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매칭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또한 2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에 자유도도 높아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이 있다면 부담 없이 함께 즐길만한 게임이다. 커스터마이징의 범주도 넓고, 별도의 BM이 없어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시도하고 연구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단점이 있다면 빠른 매칭을 실행할 때 PvP와 PvE를 가리지 않고 매칭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PvE를 원하는 사람이나 PvP만을 원하는 사람은 빠른 매칭을 시도하는 것보다 서버 목록에서 본인이 원하는 곳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콘텐츠의 빈약함도 단점으로 적용되지만, 이 문제는 모딩 툴이 있기 때문에 추후 평이 달라질 수도 있다.
또한 튜토리얼에서 모든 조작법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 또한 아쉽다. 물론, 필요한 모든 조작을 알려주고 기존의 조작을 편하게 수행할 수 있는 단축키를 알려주지 않는 선에서 그치지만, 존재하는 기능을 알려주지 않아 모르는 것과 알려줬음에도 모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종합적으로, 세밀한 완성도는 아쉽지만 게임성 자체는 좋다. 앞서 해보기를 통해 이목을 끌고, 모드의 호환성이나 종류도 늘린 뒤 정식 출시를 진행했다면 지금에 비해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연말과 방학의 특수성을 노려 유저풀을 확보한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같다. '썬더 티어 원'은 함께 해야만 진정한 맛이 느껴지는 게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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