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포 더 킹을 알게 된 것은 TRPG의 대체품을 찾기 위해서였다. TRPG 탁 멤버들과 서로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하다 보니 쉽게 만나지 못해, 온라인으로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 알게된 게임 중 하나였다. 이후 친구들과 함께 모여 포 더 킹 멀티플레이를 즐겼을 때, 머리를 싸매고 주사위에 좌절하며 일희일비하던 재미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이후 포 더 킹 2가 발표되고 데모판이 공개된 것을 보며 기대가 높아졌다. 비주얼이 강화된 것도 좋았지만, 전투 측면에서 더욱 적극적인 선택이 가능해진 게 눈길을 끌었다. 이제 얼마나 강하게 때리는 것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안 맞고 때리느냐를 고려할 필요까지 생겼다. 여기에 캐릭터 커스터마이징과 비주얼 측면도 강화돼, 항상 다른 콘셉트 플레이가 가능해져서 RPG로서의 기능도 강화됐다 하니 기대가 커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플레이 후 아쉬운 마음이 유독 컸다. 차라리 앞서 해보기로 출시했다면 좋았을까? 아니면 한 번 더 데모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은? 정식 출시라 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퀄리티가 유독 컸다. 물론 출시 직후 몇 차례 핫픽스로 개선된 요소도 있는데다, 전작의 재미를 잃지도 않았지만 다소 섣부른 출시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못했다.
새롭게 태어난 포 더 킹 2, 시작부터 풍부한 선택지가 특징
포 더 킹 2는 전작 포 더 킹에서 있었던 모험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 차기작이다. 이를 보여주듯 게임의 첫 시작에는 세계관과 전작의 이야기를 담은 컷신이 흘러나오며, 게임 내에서도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익숙한 인물들도 등장한다. 스토리와 설명 등을 통해 전작의 이야기를 대부분 설명해주기에, 포 더 킹 2로 처음 시작하는 유저더라도 캠페인 스토리 몰입이 어렵지는 않다.
파티를 생성한 후 포인트를 사용해 아이템을 추가로 습득할 수 있는 저장고 기능의 추가로 출발 전부터 성장 선택지를 나눠둔 것 또한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사용 가능 포인트인 5포인트 안에서 장비나 아이템, 무기 등을 각각 선택할 수 있는데, 이 아이템들을 중복으로 선택할 수 없기에 멀티 플레이 시 플레이어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자신이 설정한 혹은 전략을 잡아둔 성장 방향에 맞춰 아이템을 나눠 가지는 요소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들어오게 되면 포 더 킹 2의 필드를 만나볼 수 있다. 전작 대비 그래픽이 한층 발전한 것이 특징이며, 필드에 다양한 꾸밈 요소가 더해져 시각적으로 균일하면서도 훨씬 풍부하고 사실적인 비주얼을 제공한다. 파티 플레이 시작 단계에서 장비 및 아이템을 파밍할 수 있는 기회가 한 차례 제공되어서인지, 게임 초부터 등장하는 적은 전작 대비 다소 스펙이 올라간 듯했다. 대부분의 적은 둘 이상으로 구성돼 있으며, 적의 종류에 따라 2x2 그리드를 사용하기도 하는 등, 캐릭터의 특성이 적극 반영된 구성도 눈을 즐겁게 만든다.
다만 파티 구성원이 한 명 더 늘어나며 UI가 복잡한데다 크기도 작아졌다. 정보값을 최대한 한 눈에 전달할 수 있도록 취한 조치로 보이나, UI/UX의 가시성이 매우 떨어져 불편하다. 색상과 디자인을 통해 정보값을 포함하기는 했으나, 크기가 줄며 폰트 크기 또한 함께 줄었다. 전투 순서와 효과 및 상태이상 마크 크기도 함께 줄어들어 전반적으로 이전 대비 직관성이 매우 떨어졌다.
더해 전투가 끝난 뒤 아이템을 배분할 때 인벤토리 UI를 바로 열람할 수 없는 점도 아쉽다. 잘못된 선택이 파티의 몰살을 만들기도 하는 게임에서 던전 내 아이템 분배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하지만 전투 후 보상을 분배할 때 보유한 아이템과의 비교나 열람이 어려워 여러 번 장비를 교환하게 되거나 아이템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곧잘 발생했다. 전반적으로 비주얼 강화에 너무 중시해, 실질적인 요소를 놓쳤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었다.
파티원과 그리드의 추가로 더해진 전략적 재미
포 더 킹 2가 전작에 비해 달라진 점은 파티 구성원이 세 명에서 네 명으로 늘어났고, 전투 시 캐릭터에게 영향을 주는 전투 그리드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우선 파티 구성원의 증가는 유틸리티 및 전략 측면에서 매우 도움이 됐는데, 전열 2, 후열 2 배치나 전열 1, 후열 3 배치, 4 전열 배치 등 더욱 다양한 배치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전투 그리드 생성으로 시스템에 변화가 생겼다. 그리드는 전열과 후열로 구분되는 여덟 칸의 필드로, 스킬 혹은 맵의 환경에 따라 특성이 변화한다. 플레이어는 매 턴마다 공격 등의 주요 액션 외에도 이동에 영향을 끼치는 보조 액션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위치 및 타일에 발생하는 효과로 전투 경험이 바뀌는 것이 매우 즐거웠다.
이 효과를 가장 자주 맛보게 되는 것은 바로 전열과 후열의 배치인데, 전열에 방패를 든 캐릭터를 배치하면 후열의 캐릭터는 전열에 있는 캐릭터가 죽기 전까지 직접 타게팅을 할 수 없다. 이는 적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직접 타게팅을 할 수 없을 뿐 스플래시 대미지는 문제 없이 입힐 수 있어 파티원들의 무기를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 만약 내가 필요로 하는 직군이나 무기를 가진 캐릭터가 없다 해도, 마을에서 일정 골드를 지급하면 용병을 구할 수 있다. 이에 직군의 다양화를 도모하거나 스토리 진행에 도움을 받기도 편해졌다.
다만, 이동과 전투가 한 턴마다 진행되는 만큼 플레이 시 고려해야 할 선택지가 넓어져 매 전투가 늘어지는 감이 있다. 전작에서는 아군과 적군을 포함해 필드에 최대 6명의 인원수만 존재했고 선택지도 공격 중심으로만 판단하면 됐지만, 타일에 따른 환경 변화, 위치, 진형, 전투 방식 등을 고려하며 움직이다 보니 포 더 킹 2의 전투는 상대적으로 지루하게 다가왔다. 조금 더 빠른 전투가 가능하도록 특성에 난입이나 협공 등을 포함시켰으면 조금 더 멀티의 재미를 맛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아쉬운 만듦새, 앞서 해보기를 먼저 했다면?
다양한 장단점이 있었지만, 이를 차치하게 만드는 문제는 열악한 최적화다. 특히 멀티 플레이 시 발생하는 오류가 심각하다. 이번 리뷰에서 멀티 플레이를 중점적으로 진행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멀티 플레이를 위해 방을 파고 게임을 시작하면 30분 내로 항상 무작위의 버그가 발생했다. 소통을 위해 채팅을 사용하다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 외부 메신저를 사용해야만 했다.
여기에 한국어를 사용하는 화자에게 있어 아쉬운 점은 전작에서 그대로 이어졌다. ‘악취(Whiff), 충전(Charge), 잠김(Locked), 콜드샷(Called Shot)’ 등 번역 문제도 여전히 산재해 있다. 이는 기존 유저라면 효과를 알고 있는 오류지만, 신규 유저에게는 매우 모호하게 다가오기에 스킬 및 설명의 직관성을 매우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게임 내 NPC들의 대화 문장 또한 기계 번역에 가까운 직해가 이루어져 몰입감이 흩어지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여기에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버그와 크러시 문제까지 더해지자 ‘기획은 재밌지만 개발이 문제인 게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게 됐다. 적어도 넥스트 페스트 출전 이후 앞서 해보기 출시 등을 통해 다양한 피드백을 받고 이를 수정해 조금 더 늦게 정식 출시를 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포 더 킹 2는 전작 대비 추가된 전투와 변함없는 게임성으로 시끌벅적한 모험을 즐길 수 있게끔 돕는 흥미로운 턴제 RPG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게임에 등장하는 파룰의 여왕보다도 사악한 버그가 모험가들의 앞길을 막아선다. 게임 내의 적과 외부에 산재하는 버그 및 크래시, UI/UX 가시성이라는 적을 뚫고 나가야 본격적인 재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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